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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말하다 / 윤완수

 

물은 눕기를 좋아하지만 베개를 베고 드러눕진 않아요. 고기잡이 나간 아비 기다리는 아이 등살에 구만 허릿등 보리 익어가던 날, 옆구리 터 진 갯바위에 해송 그늘 끼얹고 바다로 바다로 걸어 나간 탯줄, 태왁 끌어안은 숨 비 소리 종일 파도 속을 딩굴어요.

 

마당에 솥 걸고 팔팔 물 끓이면 배알 없는 고기들 파도타기 즐기다 풍덩 뛰어들곤 했다지요. 청어 떼 거센 파도에 셀 수 없이 떠밀려 와 원 없이, 정말 원 없이 까꾸리로 쓸어 담아도 봤구요. 굽이진 바다 달빛 그윽한 부느리 개, 얕은 바닷말 뒤져가며 아랫도리 걷어 올리는 아홉 번 덖고 아홉 번을 비벼낸 노을이 또 어제의 탯줄을 무심히 잇어 주네요.

 

ㅡ 할아버지, 저 꽃 이름이 뭐야?

ㅡ 접시꽃이란다

ㅡ 저기 해와 색깔이 똑같아요

 

바람은 결코 머무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요 꽃 지듯 피우는 하얀 해

빨간 해, 호미 곶 등대에 제일 먼저 물비늘 털고 비릿한 912번 길

이어주다가 그 큰 눈을 감아 버리네요.

 

아침 해는 삼키고 저녁놀은 뱉어내는

장엄한 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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