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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무렵 / 유홍준
밭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정지문 앞에 서서
수건을 벗어 평펑 자신을 때리며 먼지를 털었다
그 소리가 좋았다
나는 밭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먼지를 털고 끓여주시는 국밥이 좋았다
점심때는 늘 뒷산 멧비둘기가 구구 구구 목을 놓아 울었다
마당 가득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텃밭 가득 감자꽃이 피고 지고 있었다
바닥이 서늘한 마룻바닥에 앉아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서럽고 가난하고 뜨거운 국밥을 퍼먹었다
평펑 자신을 때리며 먼지를 털던 수건이었다
구구 구구 목을 놓아 울던 수건이었다
깨끗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은 수건이었다
어머니가 벗어 놓으면 꼼짝도 않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수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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