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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공비행 / 이병일
누에들의 작은 몸짓이 꽃피는 잠실을 만들지
나는 꽃잠의 한가운데에서 팽팽한 사방을 밀어내지
내 몸의 꼼지락거리는 시간은 푸른 빛을 잃을까봐
한 가닥의 희 줄을 뽑아 차안과 피안을 지울 계획이야
나는 빙그르르 돌아가는 숨소리가 괴는 봉분이지
내 안에는 단식하는 해와 달이 있어 사방이 어두운가봐
날개를 꿈꾸는 어둠이 허해지도록
나는 희끄무레한 줄 가닥을 자꾸만 토해내는 거야
나는 쪽창 문을 내고 그 위로 어른대는 별을 품고 싶어
오늘도 막 지나치는 바람은 나에게만 다가와 몸을 바치지
나는 밤낮없는 누에들의 무릎 뼈 꺾어지는 소리를 엿듣고
잠실에서 꿈과 잠이 실랑이를 벌이는 시간을 좋아하지
고단한 잠을 뚫고 나오는 푸른 빛이 그늘을 거두어 갈 때
나는 촉촉해진 날개를 차분하게 가다듬고 싶어
은은하고 어룽어룽한 실을 찢고 나올 시늉을 연습했지
이곳은 외따로 뻗어선 달집의 외진 방바닥 혹은
하늘 한 아름 안은 누에들의 꽃피는 섶이라 부르지
가장 먼저 날개가 달집의 천장을 내딛고 뛰쳐나올 때
날술 들숨 긷는 소리가 나를 저공비행으로 이율시키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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