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심사평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가 망설여진다.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책을 읽는 사람을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순식간에 그런 사람들까지 집어삼킨 스마트폰이라는 괴물을 대학생 예비 시인들은 어떻게 부리고 있을까. 요즘 젊은 시인들이 쓰는 작품과 대학생들이 쓰는 작품은 분명히 구분될 거라는 기대가 모아져, 설레는 마음으로 응모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편차가 심해 같은 사람이 쓴 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글을 쓰는데 있어 게으름보다 더 나쁜 습관은 조급함일 것이다. 차서 흘러넘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이야말로 글을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실하지도 않은 것을 절실한 척 가공해서 쓰는 글은 여지없이 독자에게 들키고 만다. 절실함을 너머 절박함을 가지고 쓰는 글이야 말로 독자를 압도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설명하기 급급한 응모작과 여기저기에서 기성시인의 시를 옮겨와 짜깁기한 응모작을 만날 때는 가슴이 아팠다. 또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길을 택해 손쉽게 시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갈 수 없는 길을 걸어가야 진정한 시인이 아닐까. 외로움을 견뎠을 때 얻게 되는 쾌감이 진정 시가 아닐까.

반복해서 응모작을 읽는 동안 만들어진 시와 그렇지 않은 시를 분별해낼 수 있었다. 처음 읽을 때는 그럴 듯한데, 읽으면 읽을수록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틈이 벌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포장만 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속에서 잘 발효된 이미지를 사용하기 보다는 책이나 영화, 인터넷에서 보고 느낀 조각들을 끌어다 쓰고 있었다. 무의식의 도움 없이 현재의식만으로 시를 쓰다 보니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상상력은 기발한데 끝까지 끌어가는 집요한 의지가 부족한 작품도 여럿 보였다.

예심에 오른「나는 빛보다 작았다」외,「시계론()」외,「아이다호」외,「기절낙지」외,「눈 오는 전주」외,「산책 하는 이의 즐거움」외, 「뱀눈나비」외, 일곱 명의 작품을 놓고 고심한 끝에「산책 하는 이의 즐거움」외,「뱀눈나비」외, 두 명의 작품을 최종 논의하게 되었다. 앞 응모작은 한 번에 쓰여진 것처럼 자연스러운 반면 압축이 되어 있지 않았고 초점을 맞추는 데도 실패했다. 뒤의 작품은 이미지를 정확하게 포착하여 묘사하는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었으나 형식의 면에서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해서 이미지를 포착해 꿰어 엮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당선작품으로 뽑아도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당선작으로 뽑힌「산책 하는 이의 즐거움」외 4편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상상력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함께 투고한 두 편의 작품은 함량미달이었음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처절하게 데생도 하지 않고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자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심사위원 : 고형렬 김소연 이윤학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