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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농촌문학상 최우수상


허수아비 / 신영진


떠날 때를 모르는 모습은

차라리 측은함이다


쫓기며 흐르는

계절의 여울목


추수를 끝낸 마지막 들판에

마지막 결실가지 지켜낸 용사 하나


스치는 갈바람은

내장까지 훑어내고


지나가던 참새조차 내려앉아

모자의 풀려 나온 실밥을 쫀다


찢겨진 옷자락이 깃발처럼 날리며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신호를 보내도


제 깐에는 할 일이 남은 듯,


두 눈 부릅뜨고

앙상한 손 휘저어보지만


누런 풀잎조차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남은 미련이 된다


북쪽 마루턱에서 들려오는

동장군의 꽹과리 소리


아직도 안 떠났냐고

바퀴 없는 검은 귓속에

천둥처럼 울린다




새벽 바다 / 신영진


달이 질 때면

바다의 문이 열린다


동트는 낌새에

파수 보던 갈매기 끼룩 끼룩 셧더를 올리면


갇혔던 해무가 너울너울 날아 나와

모래 위에 몸을 눕힌다


바닷물이 찰방대며 뭍에 오르면

모래밭은 저만치 물러서 바다를 넓힌다


머언 안개 섬들이

초점 안으로 튀어 들어오면


부산해지는 어촌에선

어부의 마음이 먼저 바다로 나간다


제 나름의 하루를 사르기 위해

연장을 챙겨들고,


바다에 갇혔던 것들은

뭍으로 나오고


뭍에서는 바다를 잡으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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