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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우수상


소나무, 트럭을 끌고 가다 / 정민시


아직 살아있다는 거지...

고산과 탯줄 끊고

300년쯤 되는 소나무가 트럭을 끌고 가며

속까지 타버린 검은 입김 뱉어낸다


흔들렸던 자리마다 그 중심에서

삶에 학습 심어주던 몸 언저리에

심장의 맥박까지 조여 놓은 새끼줄

피를 토하며 단풍들이 온몸 바쳐 길을 막고

물소리가 그치지 않고 따라오다

투신하는 절규.


황금 옷 입은 이삭들이 고개 숙인 채 떨고 있다.

장승들이 열병하여 말문 닫은 마을 어귀

개들이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하여 덤벼들다

가을을 펼쳐놓은 나무 잎들과

덤불처럼 붙들고 늘어지다 자살을 시도한다


얼마를 더 가야 할지 모르는 함거(檻車)

입대하는 아이처럼 잘려나간 머리카락

“가까이 오면 다친다” 붉은 댕기 풀어놓고

허리까지 끄덕대며 색깔하나 변함없다



파꽃 / 정민시


허허, 요놈 보라.

설렁탕에나 넣어 먹는 이파리인 줄만 알았더니

예수, 부처 못지않은 성자(聖者)일세.


비워야 행복하다고 밥 먹듯 떠벌리면서

더욱 채우느라 눈이 먼 위선자와는 달리

비우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사는 내내 비우고 비웠구나!


속이 텅텅 비어도

어찌 그리 곧고 강하냐!

어찌 그리 평생 푸르냐!


머리엔 왕관이 눈부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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