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농촌문학상 수상자 명단(2005년)
서울광역시 강남구의 이홍열 시인(출판업)
인천광역시 중구의 한기홍 시인(계양구 전문의원)
경기도 파주군의 양기석 수필가(율곡연수원 교수부장)
연천군의 김경곤 시인(축산업)
대전광역시 유성구 김명녕 수필가(한밭대 교수)
서구 박용곤 수필가(대전시청)
충청남도 천안시의 한정찬 시인(소방관)
부여군의 정석채 수필가(부여군청)
전북 고창군의 김승규 시조시인(농업)
전남 진도군의 정성숙 소설가(농업)
경남 의령군의 장인숙 시인
경북 경주시의 유경애 시인
강원도 강릉시의 피기춘 시 낭송가(관동대 시낭송 강사)
횡성군의 성락 칼럼리스트(사슴농장)
태백시 정연수 시인(문협 지부장)
박영보 시인(미국 캘리포니아)
제2회 한국농촌문학상 최우수상
검룡소에서 / 정연수
나는 이무기다
이 세상처럼 누런 이무기
가운데 손가락을 물린 새해 첫날의 뱀 꿈을 떠올리며
용이 되기 위해 한강 상류를 거슬러 오른다
하늘다람쥐 오색딱따구리 반겨드는 금대봉 푸른 숲
꼬리치레도룡뇽 새끼 치는 개울을 건너
푸른 안개 자욱 뿜어대는 푸른 이끼를 지나
아직도 내 잠 속에서 손가락만 물어뜯는 아므르장지뱀
좀 더 푸르게 살아보자고 몸부림치는
아직은 이무기다
세상을 등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세상을 용서하지도 못하고
미끌미끌 미련에 비늘도 붙어나지 못한 이무기
한강을 거슬러 세상을 거슬러
그렇게 하늘까지 거슬러보자고 몸부림치는 이무기
언제 고꾸라졌는지 흔적도 없는 금대쓴풀 홀아비바람꽃
할미밀망 참 꿩의 다리 손가락이 돋는 날
금강제비꽃이 벙어리뻐꾸기의 입을 여는 날
하늘은 열리겠지
언 땅을 열고, 아득한 하류의 이무기까지 받아들인
검룡소
비로소 생명의 시원을 본다
이제는 세상을 용서해도 될 것 같은
맑은 물을 만난다
용틀임을 끝내고 승천하던 용의 마음이 이랬을까.
굴진작업 / 정연수
길을 닦는다
캄캄한 날에도 길을 닦는다
캄캄하니까 밝은 세상 보자고 길을
나는 매일 전진한다지만
늘 앞을 턱턱 막아서는
길을 뚫는다
굶주려 지나온 세월보다 단단한 암벽
없이 사는 것보다 참기 힘든 외면의 눈길
앞을 막아도
길을 뚫는다
착암기로 한 구멍, 두 구멍, 세 구멍
힘든 세월만큼 수를 세어 천공하고
다이너마이트를 장전하여 귀를 막고
터져라 무저갱으로 가는 세월
가도 가도 끝없는 막장
길을 닦는다
가도 가도 캄캄한 굴.
현진건의 고향아리랑 / 정연수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두고두고 볼 강산은
골프장 스키장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사람구실 못할 사람은
정치인 경찰관 되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마지막 찾은 막장은
폐광에 규폐증 되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반반하고 푼돈 있으면
룸싸롱 카지노 가고요.
우타하나 / 정연수
저 촐싹대는 파도소리가 미치게 좋으니
이를 우타하나
달의 어두운 그림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이를 우타하나
나를 보는 너의 눈빛이 뜨거워
별들은 알고도 모른 체 눈만 끔벅끔벅
너를 보기만 해도 내 몸은 후끈
숲 속의 들꽃들은 속옷까지 벗어놓고
저 산 깊은 곳에서 신음하는 풀벌레소리에 잠 못 이루니
이를 우타하나.
광부 / 정연수
카우카소스 산꼭대기
봉화가 오르고
숲이 푸른 불꽃을 튀기는 동안
새의 부리에 간을 내어 준
그대 프로메테우스
지층의 떨림
새는 다시 폐를 향해 부리를 들이대고
카우카소스 산꼭대기서
검은 쥐 기어다니는 해저까지
전승되는 불의 신화
아직, 우리의 프로메테우스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