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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포항소재 문학작품 공모전 최우수상

 

호미곶* 2 / 송유미(필명 유현미) 

―돌배

 

바다에 폭설주의보 내렸다.

먼 풍랑을 헤쳐 온 이끼 낀 돌배 한 척

언덕 위까지 날아온 새들이 선회하는

그 땅 끝에서 나는 호랑이 꼬리로 찰싹거리는

삼국유사의 바다를 더듬더듬 읽고 있었다.

어떤 이가 그 배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이가 내 귓속에 대고

달과 해를 삼키고 난파한 저승배라고 했다.

어떤 이는 밤에는 죽비 같은 달빛이 하얗게 쏟아진다고 했다.

낚시꾼 하나 온종일 수평선을 묶었다 풀었다 했다.

유배 온 선비 닮은 바람은, 조용한 붓질로

헬 수 없는 허공에 갈매기 몇 마리

멋지게 그려 놓고 사라졌다.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은

이 바다에 와서 깊어 가길 마다하지 않는가.

밤하늘의 아기별들은 할 말이 무척

많은 입술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바다도 밤이면 꿈길이 답답한 듯 돌아눕는가.

문득 등을 돌린, 바다 한 장

온몸을 구기며 오래오래 발밑에 와서 흐느꼈다.

생각하니 나 고향바다 너무 멀리 떠나 살았다.

이제 그만 돌배야 길을 떠나도 좋겠구나.

비단으로 짠 세오녀의 달과 해를 싣고서

미명의 저편에서 그대 손짓하는 그곳으로…

 

 * 호미곶은 호랑이 형상인 한반도의 꼬리에 해당하며, 이곳에 『삼국유사』에 나오는 영일만 배경의 ‘연오랑 세오녀’ 설화 조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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