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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하다 / 전남진
아크릴 상자 칸칸 애벌레처럼 채워진 넥타이를 하루 종일 만지작 거리는 아주머니가 하루에 몇 개를 파는지. 안흥 찐빵 수레를 덜덜 밀고 출근길 찾아다니는 어머니 나이쯤 아주머니의 찐빵을 가족들이 저녁 대신 먹는 것은 아닌지. 옷에 묻은 얼룩 지우는 약 파는 전철 아저씨 하루 종일 묻은 때도 그 약으로 지워지는지. 자리 싸움 밀려 아파트 뒷길로 등불 내다 건 구이 아저씨의 꼬치가 식기 전에 팔리는지. 둥글게 떼어낸 호떡 반죽을 꾹꾹 누르는 기름종이 같은 손이 겨울날 장갑 없이도 왜 트지 않는지. 뒤집히고 구르고 또 뒤집히며 사각 상자 안에서 몸부림치는 장난감 자동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저씨가 자기 삶이 저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넥타이와 찐빵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오를 듯한 빈 지갑 같은 오후가 어제도, 오늘도...... 왜 한 번도 바뀌는 일이 없는지. 장사를 마치고 떠난 빈자리로 날아드는 도시의 희미한 별들이 내일 팔릴 장난감이고 호떡이고 얼룩 지우는 약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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