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엔 바다가 없다 / 김부회
파도가 눈에 밟혀 바다를 모니터에 욱여넣은 사내가 있다
바다의 푸른 치맛단을 들추던 저녁이면
사내의 뜨거운 귓바퀴 속에서
아프로디테의 은밀했던 이야기가 소용돌이쳤다
수평선 위로 태양이 붉게 달궈진 다리를 놓는다
주름진 자궁 속을 더듬던 사내의 두 눈
해변의 허리춤, 밀물에 떠밀려온 부품처럼
해안선을 그려 넣은 눈빛이 흔들거린다
간혹 먼 거리 거슬러온 운석들 마디마디
분절된 해변의 모래알을 깨우고
오래된 시간들 하나둘 쓰다듬으며 퇴적되어 갈 것이다
바다의 물빛을 구멍 난 가슴에 공그르며
잃어버린 기억을 제 뼈에 깊숙이 음각하는 사내
구름을 껴안고 산란하는 달, 달빛의 살점들과
별들의 가는 뼈가 바다의 내장으로 수장될 때
뮤 대륙* 사라진 도시 어디쯤 파헤치면
함께 수몰된 부장품들이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색 바랜 페인트를 벗겨낼수록 또렷하게 각인되는 기억들
바다를 이식한 모니터가 끝내 거품을 게워낸다
사내의 곁에서 안달루시아의 개**한 마리 컹컹 짖는다
* 기원전 70,000년 경 남태평양에 존재한 가상의 대륙
**살바도르 달리의 영화제목
[당선소감]
흑룡이 비상하는 한 해, 임진년의 여명이 붉다.
얼핏 스쳐가는 지난 1년의 시간 속에서 지친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고심했던 흔적들을
시로 쓰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기억해 본다. 가슴 설레게 다가온 당선 이라
는 말, 앞으로 헤쳐 나갈 문학의 길이 두렵다는 생각이 앞선다.
할 수만 있다면 시린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뚝뚝 떼어, 그 이름의 자음과 모음을 다시 조립
한 낱말들에, 내가 알게 된 이 도시의 색을 채색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낡고
경직된 내 삶의 지난한 시간들에게 자성의 경각을 심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눌한 글에 생명을 불어주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 최정신 시인님, 마경덕 시인님, 박연
휘님, 이종원님, 박영수님 등등 시마을 동인 문우 여러분 모든 분들의 격려와 부단한 조언,
그리고 끝없는 자기성찰에 의미를 부여하게 해 준, 가족과 시의 토양을 제공한 시마을 문우
여러분 모두에게 일일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서툰 제게 당선의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박인과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제 좀 더 치열한 공부를 하라는 격려에 부족하지 않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으로 보답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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