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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날라리 / 박라연

 

핏빛의 자오선

달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어
그리고 너라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1. 관측일기 : 0000년 어느 별 행성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달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어
그렇지 않니?
그리고 나 또한 펜을 들었지.

푸른 눈의 아이
그들의 유일한 혈맥을 타고 온
너란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

 

2. 관측일기 : 0000년 어느 별 행성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오전 9시에 쳇바퀴가 돌고 오후 6시에 멈췄어
이제 곧 시작 될 시간.

언제쯤 달이 지표면에 닿을까
계속해 보내고 있으니

언젠간 알아 줄 거야
달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단 걸

폐쇄된 기찻길 선로엔 무성히 풀만 자라났지만.

 

3. 관측일기 : 0000년 어느 별 행성에서

아직도 달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어
그들이 계속해 잊고 있듯이

너 라는.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단 걸

그렇지 않니?
오늘만은 무사히 이 비행(非行)신호가 그들에게 닿기를.

 

4. 관측일기 : 0000년 어느 별 행성에서

핏빛의 자오선

달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어
그리고 너라는 사람이 이제는 없었어.

사라져 버렸지. 이곳에서. 영영.

 

5. 관측일기 : 0000년 어느 별 행성에서

낯선 그대가 처음 이곳에 왔던 날
방방 거리던 그대 모습을 처음 보던 날
그들에게 도착할 수 없는 그대가 떠나던 날도

핏빛의 자오선엔
여전히 달이 계속해 떨어지고 있어.

그래도 그들은 계속해 모를거야
그대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그들이 그대를 구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내가 차마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었듯이
그들은 이미 건전함에 빠진 날라리인걸

햇빛가림에 반응만 하지. 나처럼. 줄었다 커졌다 줄었다 커졌다.

핏빛의 자오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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