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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수의 집 짓는 이야기 / 황학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

순서가 없는 일이었다

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

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

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

미리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였다


나무 야생화 돌들을 먼저 심어

밤바다 소금별들과 무선 전화를 개통해 두고

허가 받지 않은 채 파도소리를 등기했다

하루는 곰곰이 생각하다

출입문 낼 허공 옆 수국 심을 허공에게

지분을 떼 주었다


제 안의 어둠에 바짝 붙은 길고긴 해안선을 타고

다음 항구까지 갈 수 있는 집의 도면이 고립에게서 나왔기에

섬들을 다치지 않게 거실 안으로 들이는 공법은

외로움에게서 배웠다

물 위로 밤이 오가는 시간 내내

지면에 닿지 않고 서성이는 물새들과

파도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가식으로 정렬된 푸르고 흰 책등이

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바다 코앞이지만 바다의 일부를 살짝 가려둘 정도로

주인이 바다를 좋아하니

바다도 집을 좋아해 줄 수 있도록

자연으로 짓는 게 기본


순서를 생각하면 순서가 없고

준비해서 지으려면 준비가 없는

넓고 넓은 바닷가

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

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

내 집터는 언제나 당신의 바닷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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