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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綠陰) / 이진명
하산길이었다
아래로 동네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지
흠칫, 가슴이 펄떡 한다
다시 산으로 올라갈까
집으로 가지 말까
녹음이 찌르르르 울었다
산과 집을 오간 짧은 사이
밟고 있던 그늘 바위에 없던 이끼가 뻗치고
괜히 발 하나가 흘렀다
가슴이 한번 펄떡 한 거였는데
별이 튀게 발목이 비틀렸다
어디로 비틀린 것일까
집으로 가면 새끼가 있고
새끼가 끌어안고 먹는 제일 보기 싫은 라면이 있다
어디로 비틀린 것일까
산으로 가면 죽은 엄마가 있고 죽은 외할머니가 있고
그이들 그림자처럼 앉고 서는 線香 타는 냄새의 독바위가 있다
집에는 버려야 할 묵은 우유가 두 병 있고
산에는 나를 보지 못하는
눈물이 고이는 내 여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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