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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 김수복
저녁때가 되자 골목은 더욱 깊어졌다
덜컥, 몸이 잠기고
마취된 골목
골목 안의 평화가 잠시 다녀갔다
아득한 길,
내장으로 은밀하게
기쁘게 혹은 슬프게 드나들었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이제 그 골목길은
가택연금되었고,
그렇게 집으로 가는 모든 길이 잘려나갔다
노을이 물드는 골목을
필사적으로 빠져나온다
골목 입구에 나서서
허위와
암세포와
모든 절망의 과거를 폭로한다
지나온 모든 민족주의와 모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와 맑스와 레닌과 모택동과
그러나 김구와 소월과 윤동주,
그러나 모든 상처는
몸과 거리로 통하는 출구,
골목 안에서 사유를 하고
혁명을 꿈꾸고 권력과 맞서서
고독한 쓰레기통 속에서
침을 뱉어 진흙을 눈에 발랐다
눈이 멀어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 법,
들어오는 길만의 고독한
저 먼,
억압의,
목을 치던 꿈속의 길들도
이제는 눈을 뜨고
아득한 골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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