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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서점 / 강은교

 

아마도 너는 거기서

희푸른 나무 간판에 생(生)이라는 글자가 발돋움하고 서서 저녁 별빛을 만지는 것을 볼 것이다.

 

글자 뒤에선 비탈이 빼꼼이 입술을 내밀 것이다

혹은 꿈길이 금빛 머리칼을 팔락일 것이다

 

잘 안 열리는 문을 두 손으로 밀고 들어오면

헌 책장을 밟고 선 문턱이 세상의 온갖 무게를 받아안고 낑낑거리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구불거리는 계단으로 다가서면

눈시울들이 너를 향해 쭈삣쭈삣 내려올 것이다.

 

그 꼭대기에 겁에 질린 듯 새하얘진 얼굴로 밑을 내려다 보고 있는 철쭉 한그루

 

아마도 너는 그 때

사람들이 수첩처럼 조심히 벼랑들을 꺼내 탁자에 얹는 것을 볼 것이다

꽃잎 밑 나 닮은 의자 위엔 연분홍 그늘들이 웅성이며 내려앉을 것이고,

 

아, 거길 아는가

꿈길이 벼랑의 속마음에 깃을 대고

가슴이 진자줏빛 오미자차처럼 끓고 있는 그곳을

남몰래 눈시울을 닦는, 너울대는 옷소매들, 돛들을, 떠 있는 배들을

배들은 오늘 어딘가 아름다운 항구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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