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가장 뜨거운 씨앗 / 정미정


내 말에 심지가 느껴지십니까

그럼 불을 붙이세요

백열등을 켠 당신의 눈동자에

활활 타오르는 나, 바짝바짝 혀부터 마르네요

언제 가슴 밑바닥을 헤집었나요

벼린 이빨 사이 야무지게 장전한 16연발탄

서로의 급소에 맞춤인 걸요

햇살이 머릴 박으며 뛰어드는 당신의 단도

잽싸게 내 머릿속을 갈가리 찢어놓자

꼬리에 불붙은 양 날뛰는

짐승 한 마리

벌겋게 달군 긴 혀로 당신의 목을 휘감아 절벽 아래로 내던졌어요

악착같은 당신도 질세라

날 선 혀 안에서 서슬 퍼런 기관총을 마구 쏘아 올렸죠

웃을까 말까 하던 당신과 나의 관계,

확실하게 찢어져 버린 거죠

악!

떨어진 살점들이 사이렌처럼 울고 꺾인 팔다리가 구급차를 부르네요

- 뻣뻣하게 굳은 혀를 절단해야 합니다

- 피가 엉긴 시간들도 잘라내야 합니다

날콩 같은 비린 물내가 두 볼을 타고 흘러요

낭자한 말의 탄피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 손바닥 위

미안해,

그 작고도 여린 씨앗 한 알

이제 떨어뜨릴까 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