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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 강순미
―그 가벼운 수다처럼
소문은 가벼운 수다로 시작했다
이른 아침 지하의 어둠을 타고
어깨를 드러낸 골목을 지나
마을을 벗어난 말이
명랑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구린내 밤이슬 털어내
통일로변 튼실해진 은행 서 말
문산장에 내다 판 명호네
연시물 떨어지는 가을 맞으러
설악으로 떠났다며
혀의 길을 열어주는 어머니
닳아진 만성 관절염에
구절초 흐드러진 둑길도 멀어지고
이제는 갈비뼈 사이까지
바람이 숭숭 올라온다고
불현듯 차고 둥근 호흡에
귓속을 더듬다 보면
깊어진 소리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아버지
잎의 문을 열고 나온다고
귀를 검게 하던 달콤한 혀
푸념처럼 뜨거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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