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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문씨 / 안수정

 

우리동네 문씨네 빌라 B03호에는 쉰줄의 문씨가 살고 있다. 쨍쨍한 햇볕 한 줌 시원스레 들 날 없이 밤낮으로 어둑신한 반지하 B03호에 문씨는 8년째 세들어 살고 있다.

부산에서 큰 슈퍼를 하며 쉴 새 없이 큰 돈을 세던 8년 전 문씨의 민첩한 손길은 이제 아침마다 두살 박이 조카아이와 씨름하며 삐둘빼둘 땋은 머리칼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열한 가구가 모여사는 조씨네 빌라에 유일하게 대문이 열려 있는 집은 문씨네 B03호이다. 그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허물없이 드나든다.

점심으로 수제비 한 상 차려놓고 형님 아우하며 한 술 입안에 우겨넣으며, 자식을 넷이나 두고 도망간 H빌라 지하방의 못된 며느리 얘기며, 새로 이사온 D빌라 지하의 치매 걸린 노부부가 날마다 문을 두들겨댄다는 투덜거림을 깍두기보다 더 맛있는 반찬 삼아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그렇게 우리동네 이야기는 문씨네 B03호로 흘러들어와 휘돌아 계단을 타고 역류해 우리 동네로 흘러간다.

조씨네 빌라에 사는 문씨네 B03호는 우리동네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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