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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子의 쉼표 / 임경미


영정사진 속에서 어머니가 웃고 계신다.

왼쪽 난소에서 오른쪽 난소까지

퍼진 癌을 그토록 사랑했던 女子.

높은 음자리를 그리지 않은

그 위험한 오선지 위에 고단한 길거리 좌판

고등어의 싱싱함을 대신 훔쳐 팔던 女子.


그 女子에게 쉼표가 생겨 버렸다.


그 독한 항암제 주사바늘이 펌프질 할 때 맨 처음 나오는 마중물이라며 44kg 불길한 몸무게로 버텨내며 웃던 그 女子


억지로, 다독이며, 쓰다듬다, 울부짖는다 폐경 된 자궁 속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내리던 그 썩은 악취를 팔다 남은 생선 비린내로 착각하며 자랑스러웠던

그 女子가 말이다.


한 웅큼 빠져버린 머리카락.

반달을 숨긴 손톱.

갈라질 대로 갈라진 파충류의 초록색 혓바닥.


구석구석 혈액이 통과한 통로 끝에서 고통으로 울부짖다

민둥산이 된 뒷통수에 빨간 립스틱으로 맨드라미를 그려 넣은 그 女子

혈관 깊숙이 숨어있는 세포마저 살아나 주렁주렁 저승 가는 길

쉼표도 찍지 않고 그 女子를 데려가 버렸다.


아름답게 웃는다.

흉내 낼 수 없는 어머니의 웃는 얼굴.


마침내 그 女子는 쉼표도 찍지 않은 癌으로 최초의 마침표가 되었다.

온 몸이 근질거린다.


달팽이 한 마리가 쉼표처럼 내 몸 위를 하루 종일 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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