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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짧은 소견 / 이상미

진찰실 한켠에선
눈 먼 소국이 그녀를 읽는다

하루 분량의 햇살을 다 털어먹어도
그만그만한
그녀의 증세를 점검한다

입 짧은 가을

시간은 어느 새
눈에 보이지 않는 인부들을 불러 내
들판을 시공하고

거둬 낸 풍경 몇 점만이
손잡이 나간
달력 속으로 들어온다

잠깐,
공복 중인 우주와 눈 마주치는

설명서에도 없는
고요 한 상
가득 받고 서 있는 오후

차도가 없는 그녀의 병은
늦게 퇴근하는 가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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