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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판화 / 권형형

 

꿈에 설경을 보았다

머릿 속에 눈 내리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쉬는

백지의 풍경 속에 네가 있었다

내가포르노를 싫어하는 이유는

차가움, 잔인함 때문이다

육체가 없는, 인간이 없는

육체의 표면만 있는, 인간의 표면만 있는

지루한 동어반복 때문이다

켤 수 없는 악기가 걸려있는

암흑의 지하 벙커에서 왜

악기 대신 고양이가 참혹하게 가르렁거리는지

외로울 때 전하 하라는 말,

꿈 속에서 들은 말인데도 참 쓸슬해졌다

상이군인처럼 내게 그렇게나 자주

아픈 팔을 내밀어보라니

어짜면 내그림자가 속삭였을지도 모를

모래알 같은 말은 쥐약이었다

빨강이었다 색이 짗었다

다시는 전화 걸 수 없도록, 직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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