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규 시인 1965년 경남 진주 출생 서울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문학동네>[낙타]외 4편의 시로 등단 2002년 계간 <시작>의 창간 주도 초대 편잡장 2006년 계간<시인시각>창간 현재 편집인으로 활동 도서출판 <문학의 전당>설립 시작활동와 출판활동병행하고있슴 시집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그녀가 내 명을 핥을때] [물위에 찍힌 발자국]등이 있다 1999년 제1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제 1회 미네르바 작품상 수상작]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어두운 낯빛으로 바라보면 물의 빛도 어두워 보였다 물고기들이 연신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는 것은 어둠에 물들기를 거부하는 몸짓이 아닐까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취하지 않는 물고기들,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몰골은 어떻게 보일까 무작정 소나기 떼가 왔다 은몸이 부드러운 볼펜심 같은 소나기가 물위에 써대는 문장을 물고기들이 읽고 있었다 이해한다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댔다 그들의 교감을 나는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것인가 살면서 얻은 작은 고통들을 과장하는 동안 내 내부의 강은 점점 수위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낼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풍성하던 魚族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후로 내 문장엔 물기가 사라졌다 물을 찾아 온다고 물기가 절로 오르는것은 아니겠지만 물이 잔뜩 오른 나무들이 그 물기를 싱싱한 잎으로 표현하며 물 위에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나를 부끄럽게 했다 물을 찾아와 내 몸이 조금이나마 순해지면 내 문장에도 차츰 물기가 오르지 않을까 차츰 환해지지 않을까
내 몸의 군데 군데 비늘 떨어져 나간자리 욱신거렸다 이 몸으로는 저 물속에 들어가 헤엄칠 수 없다
[수상소감 발췌]
........................중략
내 가장 오래된 벗, S! 시동아리를 한다고 그대를 비롯한 다른 세명과, 그러나 정작 시에 대해선 함구하고 안주 부실한 술만 마셔댔던, 그 남산골이 오늘 문득 떠오릅니다. 기억하는 지요? J와 다른 J가 그 남산골에서 주는 풋과일 같은 문학상을 받고 술집으로 향할 때 나는 스스로에 대해 노여워하며 부천의 내 작는 방으로 가 400여 편의 시를 찢어발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내 시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아득합니다만, 이놈아, 그동안 고생했으니 잠시 쉬어 숭늉이나 마시라며 등을 다독거려주는 따스한 손과 손이 있어, 나의 세계가 어둠만으로 들러 싸인 곳만은 아니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느다란 빛 한 줄기가 스며들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이 따스함만으로도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을 듯합니다. 얼마 전이었지요 어느 산의 나무 속에 들어가 살고 계신 스승을 만나러 둘이서 강화로 가던날, 그날 우리에게 쏟아졌던 빛을 기억합니다.
(나의 존재를 긍정해준 미네르바, 선해 주신 여러 선생님, 그리고 내 곁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내 손바닥에 주어진 빛 한줌을 고루 나눠드립니다)
[심사평]
상처를 껴안을 때 詩는 빛난다
뜻 깊은 미네르바 작품상이 만들어졌다. 계간 미네르바는 작품상을 신설하고 지난해 겨울호부터 올 가을호까지 온, 오프라인의 모든 문학매체에 발표된 시 중에서 등단 10년 전후의 시인의 작품에게 수상키로 했다. 미네르바 편집위원들이 1차로 15명의 작품을 선정하고 그 중 4명의 시인의 후보작품인 <회전목마(이경임), <등이 없는 풍경> (이화은), <물푸레나무를 보러갔다>(조정인),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김충규)를 본심에 회부했다. 문학상이 아니라 작품상인 만큼 심사위원은 후보작품을 포함한 시인들이 심사기간 내에 발표한 모든 작품을 필독했다. 1편의 작품에게주는 상이지만 시인이 그 한 편의 작품을 빚어내기까지의 열정에 대한 1차적인 점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경임의 <회전목마>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심사기간 내에 발표한 양이 적어 시인이 시적역량에 대해 더 깊이 알 수없는 것이 아슁웠다. 이화은의 <등이 없는 풍경>은 시인의 내면에서 울리는 문제 제기는 묵직했지만 산문적인 진술이 시의 흐릠을 자주 방해하는 점에서 다음기회로 넘겼다. 해서 최종작품에 조정인의 <물푸레 나무를 보러간다>와 김충규의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가 남았다 두 시인이 심사 연도에 발표한 작품양도 많았고 대부분 고른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엇다. 어떤 작품에 작품상이 돌아가도 좋았기에 심사위원들의 오랫동안 토론이 있었다 <물푸레나무를 보러갔다>는 시가 젊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참신했다.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감각적인 시적 표현들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 전향적인 세계관도 돋보였다. 오랜 토론 끝에 조정인 시인의 작품들은 내년에 다시 보기로 하고 김충규 시인에게 제1회 미네르바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주기로 결정했다. 김충규 시인이 발표한 많은 시들은 대부분의 상처와 죽음에 대한 기록들이었다. 그래서 어둡고 지친, 자폐증 같은 시인의 초상을 읽을 수있엇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시인의 시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에서 자신의 상처를 적극적으로 껴안는 '전향적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어, 상처를 껴안을 때 빛나는 시와 가능성을 가늠케했다. 김충규 시인에게 수상을 축하하며 앞으로 그 가능성으로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어줄 것을 부탁한다. 함께 본심에서 자웅을 겨룬 작품의 시인들에게는 열심히 쓰는 시인들에게는 영예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는 말로 격려의 말씀 보낸다. [심사위원 : 박제천, 정일근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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