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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동제 / 조명수

 

 

하동산, 정부미 한 말 씻어

가마솥에 동제 헛제삿 밥을 짓는다.

모락모락 구수한 밥 익는 냄새

활활 타는 장작 냄새 뒤석여

쌍계사 깊은 똥낭구 냄새

쌍계사 오릿길 벚꽃 냄새난다.

널널한 양푼이에 찬밥 한술 말아서

이른 아침 일찍 나온 햇살 아래

굵은 왕소금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한 알 한 알 속이 꽉찬 염주알처럼

가을 벼농사 잘 되었다고

첫 방아 찧어 공양 시주 올린다.

쌍계사 큰 스님은 죽비를 내려치며

한 해 내내 무슨 농사 지으셨나,

알알이 속이 차서 쏟아지는 설법은

섬진강 유장한 말씀보다 서늘하고,

농사 중에 가장 힘든 농사

쭉정이 하나 없는 자식 농사라고

아들 딸 자랑 대회 같은

동제의 풍악소리 평화롭다.

갓 시집 온 삼대독자 맏 며느리가

한 주걱 퍼서 고봉밥을 담은

헛제삿밥 얻어먹은 천왕봉 옆구리에서

백설기보다 하얀 달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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