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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성신경
세상에는 무채색의 꽃밭도 있답니다.
햇살 비켜가는 곳
무표정한 건물들 길게 이어져
봄에도 가을에도 추운 그곳에 가면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감염되는 생기를
숨 헐떡이며 마시게 될 겁니다.
주머니 너무 가벼워
황학동 벼룩시장에도 갈 수가 없거든
평화시장 앞 차도를 일부 점령한
용감한 노점상들을 만나십시오
고마운 그이들은
언젠가 미련없이 버렸던 우리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을 거예요.
반짝이는 뿔단추들 꽃보다 곱고 이상하게 마음 설레게 하는 손거울과
우스꽝스런 모양의 선그라스가 발목을 잡고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가수의 앳된 얼굴이 웃고 있는 레코드판에서 잊을 수 없는 선율이 묻어나는
그 자리.
그러나 그조차도 다시 간직할 여유가 없거든
다시 인도로 올라 헌책방으로 들어가십시오
따스한 백열등 아래서
시리던 발목 뜨끈뜨끈 하도록
옛 활자들과 다시 만나면
그렇게 찾아 헤매던 환한 꽃밭을
곰팡내나는 거기서 찾게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무채색 꽃밭도 있답니다.
맑은 내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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