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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  그 늦지 않았음에 대하여

                                          

                                   김경화
 
    

     분침과 시침이 있는
     낡은 아날로그 시계를 이용하여
     방향을 찾아내는 법을 아십니까?
     작은 바늘을 태양쪽으로 향하게 하고
     큰 바늘이 이루는 각을 반으로 접으면
     그 사잇각이 남쪽을 가르킨다는군요.
     지금은 오후 3시.
     내 인생의 남쪽도
     이런 방법으로 찾을 수 있을런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계의
     오후 3시 방향을  살펴보았습니다.
     끊임없이 태어나는 젊은별, 밝은별들이 모여모여
     아직도 끝없는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는군요.
     여름철 북극성의 오후 3시 방향에는
     아직도 다정하기만한
     견우와 직녀가 아스라이 보인다더군요.
     지금은 오후 3시
     낡은 망원경을 꺼내들고
     아직도 찾지 못한
     내 인생의 좌표를 찾아봅니다.

     두 종류의 시계를 갖고 살았습니다.
     두 얼굴의 가면을 쓰고 살아 왔습니다.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공식적이며 늘상 바쁘게 허둥대는
     시계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암팡져보이기만한 검은 고양이와
     비공식적이며 한없이 늘어져 추스리기조차 힘든
     시계소리에 놀라 겁먹은 흰 고양이같은 삶의 대비
     그 갈림길이 오후 3시입니다.
     새로움과 낯설음 그리고 어정쩡함이
     섞여 있는 내 인생의 오후 3시.
     그러나
     그 늦지 않았음에 대하여
     어깨위에 놓여진 짐들의 무게에 대하여
     이젠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이제 고작 오후 3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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