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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속의 길 / 정시우
달이 거리에 얼어 있다
제 속으로 깊어지는 달을 걸으며
금남로를 유영하는 눈(目)
쩡, 하고 금가는 소리에 하늘을 본다
낮달이다
반은 어디론가 숨고 반은 낮에도 눈빛이 형형하다
거리를 기웃거리며 보이지 않는 달의 반을 찾는다. 사람들은 퇴적암처럼 층층이 시간을 딛 고 있는 멀티비전 속 공룡과 자동차, 사라진 시대와 사라질 시대가 손 잡는 것을 본다. 눈이 자꾸 지상으로 가라앉고, 균열진 콘크리트 틈새에서 오롯이 자라나서 말라가던 꽃대는 허물 을 벗는다. 나는 본다. 걸을수록 낯선 거리, 부유하는 열망들 사이, 만지면 부스러질 것 같은 얼굴로 눈사람처럼 뭉쳐져서 겨울을 건너고 있는 맹인의 적선 바구니에 어린 손가락이 넣는 동전 하나를. 한낮에 교감하는 해와 달의 빛에 반짝 환해지는 눈사람. 어린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달의 반쪽을 감싸고 있다.
가끔씩 아이들이 근접하는 하늘
달의 길이 사람의 길에 닿을 때
지구가 잠깐 자전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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