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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몸 / 고현수


나무를 자르고 나서 나무의 몸 안을 본다.
나무의 몸속은 티끌도 없이 눈부시다.
뿌리의 하얀 뼈를 세우고
세월의 둥근 집을 새겨온 나무의 몸.
잘려진 나무의 몸속에
싸 한 향기 가득하다.
몸 밖의 비바람을 키우며
몸 안의 그리움을 따라 돌고
돌아온 나무의 세월.
나무는 알았을까
아득히 멀어 끝도 없이 이어진
세상속 길.
잘려진 나무의 둥근 길따라
몸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줌의 눈물마저 침묵으로
다져 놓은 하얀 빛
나무의 몸안에는
천년의 세월 견디며 켜 놓은
둥그런 등불하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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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마음은 항상 아름다움으로 가고자

삶을 아름답게 껴안을 수는 없는걸까.

내가 나를 사랑하는만큼 내 곁의 바람들과 구름들을 사랑할 순 없을까.

혼자서 걸어온 길이 여유롭지만은 않았지만 마음은 항상 아름다움쪽으로 가고자 했다.

뜻밖의 당선소식이 훈훈하다.

먼곳에서 시를 쓰시고 계실 아버지,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신 엄마에게 고마움을 드린다. 웃음이 선할 형제들, 형수님 계수씨 부산 울산 모두들 내 마음과 같으리라. 항상 발길 가까이 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도 소식 전한다.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기쁨한다발 안겨준것이 나의 기쁨이다. 바램이라면 아내의 건강이 조금씩이나마 괜찮아졌으면… 멀리 가 있는 우리 효진이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겨울이다. 모두가 따뜻한 사랑 가슴안에 품었으면 한다.

부족한 글을 올려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린다.

 

 

 

 

사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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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시도 의사소통의 한 가지이다. 말하자면 작가로부터 독자에게 주어져 이해되고 공감되는 것이 시의 일차 목표인 것이다. 여기에서 한 편의 시는 상상력의 치밀성과 구조의 완결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 소통으로서의 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예심을 거쳐 넘어 온 올해의 시들은 대체로 치열한 시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기도 하였지만, 불행히도 상상력이 치밀하지 못하고 구조가 완결되지 못해 이해와 공감이 제대로 안 되는 시들이 많았다. 그리고 상상력이 어느 정도 치밀성을 가지고 있고, 구조가 제법 완결성을 얻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들이 기존의 시들과 차별화되는 참신성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리하여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현수, 김정순, 나정호, 오영애, 최숙자 씨 등 다섯 분의 시가 관심을 끌며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최종선에 오른 위의 다섯분의 시는 오랜 수련을 통해 제법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고현수씨의 「나무의 몸」은 시적 치열성과 참신성 면에서 남다른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 결국 고현수씨에게 당선의 영광을 주기로 했지만, 구조의 완결성 면에서 다소 부족함이 지적되는 것이었다. 부디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며 훌륭한 시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비록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치열한 시정신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많은 투고자들에게도 격려를 보내어 아름다운 미래가 있기를 기원해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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