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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엄순복

 

 

 

팔짱을 끼고 있는 나무를 본 일이 있는가

 

만약에 나무가 두둑하게 팔짱을 끼고 서서

 

지나가는 거만한 사람의 뒤통수를 툭툭 건드려 본다거나

 

꾸벅꾸벅 졸기라도 한다면

 

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결코 볼 수 없으리라고

 

노래한 시인은 없었는지 몰라

 

시인이 노래한 그 나무를 나는

 

사랑하지 않았을지 몰라

 

 

사람들이 길가에다 나무를 심는 것은

 

길을 가다가 문득 사랑하나 기억하라고

 

나무 하나 쳐다보며 푸르른 생각 키우고

 

나무 그림자 만한 고요, 제 가슴에 들이라고

 

그래서 나무는 온종일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지

 

수많은 손바닥을 들어 일일이 손인사를 건네고

 

그건 아니야 손사래를 치기도 하는

 

푸른 신호등이 되어야 한다고, 나무는

 

 

 

<한국크리스천문학 2006년 여름호 여름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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