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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物性同理論爭



1. 논쟁의 배경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의 논쟁은 율곡 이이(1536∼1584)에서 우암 송시열(1607∼1689)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적통인 수암 권상하(1641∼1721)의 문하에서 제기되어 본격화된다. 그의 문하에는 이른바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로 불리는 8인의 학자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남당 한원진(1682∼1751)과 외암 이간(1677∼1727)이 가장 뛰어났다. 이들은 이미 자기의 견해를 가지고 있던 가운데 1712년에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토론은 1712년 이간이 스승인 권상하에게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未發)의 마음이 순선(純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를 수긍하면서 미발에 선악이 있다고 하는 남당 한원진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한원진이 찾아와서 자기의 의견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즉 사람이 태어나면서 기질지성(氣質之性)을 가지게 되니 이것은 선악(善惡)의 가능성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발이 항상 악한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원진의 설을 인정하였다.

  이간이나 한원진은 모두 수암 권상하의 문하에 있는 사람들로서 기호 지방인 충정도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이간의 설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주로 김창협, 김창흡의 계열을 잇는 어유봉, 이재, 박필주 등이었다. 이들은 주로 서울과 경기 지방의 낙하(落下)에서 살았기 때문에 낙론(洛論)이라고 한다. 반면에 권상하와 한원진의 이론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병계 윤봉구, 매봉 최징후, 봉암 등 주로 충청도 근방에 살았기 때문에 호론(湖論)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이들 사이의 논쟁은 호락논쟁(湖洛論爭)1)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2. 문제의 발단원인


  문제의 발단은 성(性)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혼용하고 있는 주희에게서 비롯된다. 주자는 「주용中庸」의 주석과 「맹자집주孟子集注」,「대학혹문大學或問」에서 성(性)을 각각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주자학에서 성(性)이란 인간 또는 사물 안에 내재된 리(理)를 가리킨다. 성(性)은 구성상으로는 ‘기 안의 리’(氣中之理)인 셈이지만 이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동론을 주장하는 측과 이론을 주장하는 측이 이용하는 논거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주희는《중용》의 해석에서는 사람과 사물이 모두 천(天)으로부터 리를 부여받아 성으로 삼고 있으므로 사람과 사물의 성(性)을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맹자집주》에 의하면 부여받은 리(理)의 차이에 의하여, 《대학혹문》에 의하면 기(氣)의 차이에 의하여 인간과 사물이 달라진다고 한다. 성(性)이란 리(理)와 기(氣)가 결합되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리의 차이에 의하든 기의 차이에 의하든 기와 결합된 리는 다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희는 리(理)와 성(性)을 다중적 의미로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만물 생성과 변화의 원리로서 리는 우주 전체를 관통하고 있고, 그러한 의미에서 각 개체내의 리인 성도 동일하다. 그러나 각종 사물의 특성을 이루게 하고, 각각의 개체이도록 하는 원리를 성이라고 할 때에 사람과 사물, 더 나아가 각각의 개체에서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차이의 원인을 기라고 하든지, 리라고 하든지 간에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성을 보는 관점에 따라 본원적인 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개별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문제는 그중 어느 관점을 택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동론(同論)

『중용장구』상,

‘天命之謂性’의 註釋

리는 우주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생성, 변화의 원리이다. 그리고 각 개체의  理가 바로 性 이므로 동일하다.

이론(異論)

『맹자집주』「告子章句」상,

‘犬之性猶牛之性’의 註釋

理의 차이에 의한 인물의 차이를 인정

『대학혹문』4쪽

氣의 차이에 의한 인물의 차이를 인정


 

3. 인물성동이논쟁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이 같은가 다른가의 보편논쟁에서 동일한 본성을 놓고 이간은 같다고 하고, 한원진은 다르다고 한다. 먼저 이간은 인성과 물성은 같다는 동론을 취하였다. 동론의 근거는 초형기적 본연성의 논리, 말하자면 태극이 곧 리(理)이고 성(性)이라는 명제에 있다. 따라서 모든 것들이 본성이 같은데도 현실적으로 서로 다른 것은 기(氣)의 편벽됨과 온전함의 차이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한원진은 성즉리설(性卽理說)에 기초한 초형기적 본연성의 성론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본성이 있는 곳은 각기 존재하고 있는 것들임을 주목하여 기질에 기인한 성론을 피력한다. 그는 리(理)와 성(性)의 호칭이 다른 이유는 서로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니, 성(性)은 리(理)와 기(氣)의 합, 즉 리가 기 가운데 있는 상태로서 드러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기를 달리하는 사람(人)과 사람 아닌 것(物)의 양자 사이에 본성이 같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다.


  (1) 이간의 기본입장

  이간은 ‘일원’(一原)과 ‘이체’(異體)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근원(一原)으로 말하자면 만물에 다름이 있을 수 없고, 이체(異體)인 기질의 구애됨으로 말하자면 인성과 물성의 차이뿐만 아니라 성인과 범인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간은 일원의 관점에서 성(性)은 곧 리(理)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이간은 성 자체는 본연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과 사물의 본성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사람과 사물의 차이는 그 본성과는 관계없이 기의 정통과 성질에 따른 것으로 기의 차이에 따른 외양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2) 한원진의 기본입장

  한원진은 성삼층설(性三層說)로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였다. 기질을 초월하여 말할 때, 만물의 리는 동일하고(超形氣), 기질이 같이 있는 것으로서의 리인 성을 말하자면(因氣質) 인물의 성은 다르며, 기질과 섞여 있는 것으로써 말하자면(雜氣質) 모든 개체의 성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한원진은 ‘인기질’의 관점에서 성을 기와 결합된 리라고 보면서 인성과 물성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한원진의 생각은 모든 사물이 기에 의해서 형상을 구성하고  따라서 초목과 금수가 어떻게 인간의 본성과 같은 성질을 지닐 수 있겠느냐고 주장한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에 치우쳐서 인성과 물성이 똑같다고 주장하지 말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현상 속에서 그 차이를 발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삼층설(性三層說)

氣에는 차이가 없지만 품부 받은 理가 다르다.

초형기(超形氣)

기질을 초월하여 말할 때, 태극=만물의 리는 동일하다.

인기질(因氣質)

기질이 같이 있는 것으로서 리인 성을 말하자면 인물의 성은 다르다.

잡기질(雜氣質)

기질과 섞여 있는 것으로서 말하자면 모든 개체의 성은 모두 다르다.


 

4. 이간과 한원진의 견해 차이


 (1) 리통기국

  이이의 리통기국설은 리의 무형무위한 특성과 기의 유형유위한 특성에 기초하여 리기의 불상잡 ‧ 불상리한 구성관계를 리일분수의 체계에 따라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리통에 의하면 사물의 리가 동일하고 기국에 의하면 사람과 사물의 성이 다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이의 성도 다르다. 따라서 리통에 따르면 인물성동론이 지지되고 기국에 따르면 인물성이론이 지지될 수 있다.

  이간은 일원과 이체의 구분 가운데 일원의 입장에서 리통을 이해하였다. 성은 기와 결합된 리(氣中之理)이지만 리의 온전한 성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므로 기와 섞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원진은 통과 국을 각각 리와 성에 대비시켰다. 성을 리가 기와 결합되어 변형된 것으로 보는 한원진은 초형기로서의 리와 인기질로서의 성을 각각 리통과 기국에 대비시킨 것이다.


  (2) 본연지성과 기질지성

  한원진은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구분하여 현상계의 인간과 사물에서 리만을 가리킨 것을 본연지성, 리기를 함께 가리킨 것을 기질지성이라고 하고 인기질의 관점에서 기질지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간은 기와 분리된 리를 성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와 결합된 리로서의 성이 본래의 리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리와 기가 공존하고 있는 리기동실 ‧ 심성일치의 상태를 고수하고자 하였다. 본연의 심에 나아가서 리만을 가리키면 본연지성이고, 기질의 심에 나아가서 리와 기를 함께 가리키면 기질지성이라는 것이다.

  한원진은 이러한 이간의 이론이 결국은 이심이성론이라고 비판하였다. 이간은 자신의 일관된 리기의 불상잡 ‧ 불상리 및 리기동실 ‧ 심성일치의 원칙은 고수할 수 있었지만 하나의 인물 안에 두 개의 심과 두 개의 성이 존재하게 된다는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3) 오상론

  한원진에 따르면 리는 기와의 결합에 의해 성이 되고 기의 청탁수박에 따라 오상을 가짐이 다르다. 사람만이 빼어난 기를 얻은 까닭에 오상도 온전히 갖춘 반면 나머지 다른 사물들은 거친 기를 얻었으므로 다섯 가지 오상 중 일부만 갖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사물의 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간의 생각은 달랐다. 천지만물이 모두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되었고 그 근원을 세부적으로 지칭할 때 오상이라고 하는 것이니, 사람과 사물 보두 오상을 온전히 받았다는 것이다. 이간에 따르면 오상을 온전히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은 태극을 온전히 갖추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람이건 사물이건 오상을 온전히 갖추고는 있지만 다만 겉으로 드러남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간에 의하면 우주만물의 이치인 리가 기 속에서도 그대로 보존되므로 사람과 사물의 차이는 그 드러남에서 보일 뿐이다. 그러나 한원진의 경우 리가 기 안에 들어갔을 때는 그 원인이 기이든 리이든 이때의 리는 이미 기와 결합하면서 리와는 다른 성으로 변화된다. 따라서 모든 사물이 성이 온전한 오상을 갖추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4) 미발의 심체문제

  한원진이 사람과 사물의 성을 이야기할 때 택하는 관점은 기질지성이었다. 그러므로 심체에서 기가 발하지 않았을 때에도 기의 선악이 드러나지 않을 뿐 본체에 기의 청탁미악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한원진은 미발을 외물에 접촉하지 않은 고요한 상태에서 기가 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간은 일반적인 기와 심의 기를 구분하고 있다. 기는 하나이지만 그 거친 것을 말하면 혈기이고 그 섬세한 것을 말하면 신명인데, 심이라는 것은 혈기가 아니고 신명이라는 것이다.

  이간은 다시 진정한 미발과 혈기와 뒤섞여 있는 미발을 구분하였다. 이간에 따르면 한원진은 단지 발하지는 않았지만 혈기가 심에서 작용하는 것을 미발이라 하였다. 반면에 자신이 말하는 미발은 단지 외물에 접촉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천명을 따르는 리의 순수한 실현가능태를 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각각 부중저미발과 중저미발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는 미발심체란 주정미발을 말하는 것이므로 미발심체는 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5. 논쟁의 의의


  유교가 현실에 바탕을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물성동이논쟁 역시 임병양란을 통한 구체적 현실에 초점이 있었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연구를 토대로 정리를 해보면 우주와의 관련 속에서 인간의 심, 성, 정에 대한 정밀한 탐구를 해왔던 조선의 주자학들의 관심이 성 개념의 다이성에 주의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인성과 물성에 대해 논구하면서 주희의 개념사용에 대한 검토 작업이 요구되었고, 「朱子言論同異考」라는 부산물을 낳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병자호란(1636∼1637)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맛본 후 가장 사람다운 사람의 문화로서 중화문화를 추구하며 小中華를 자부했던 조선이 짐승에 가깝다고 천시했던 오랑캐의 강대한 세력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것은 그 당시 커다란 문제였다. 북학파 특히 홍대용과 박지원은 만물은 균등하다고 주장하며 이들은 사람의 입장에서만 세계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물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객관적 상대적 관점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의 상대화 객관화는 중세 사회의 계층적 질서를 부정하고 근대적인 사회질서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중요한 사고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화이론에 기초한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를 세계의 시각에서 재검토하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는데 인물성동이 문제의 탐구가 중요한 이론적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인물성동이 논쟁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미발심체의 문제는 그 성이 현실 속에서 발현되기 직전의 모습을 논의한 것이었다. 이는 리와 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 것이었지만 성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제는 급박한 조선말기의 현실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심의 근원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게 되었다. 그 심의 핵심문제는 明德의 문제였다. 이에 이항로, 이진상 등은 인물성동이 논쟁을 거쳐 明德, 朱理, 朱氣 논쟁, 또는 심설 논쟁이라 불리는 새로운 문제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이론이든 동론이든 인간주체성의 근거로서의 성선의 확고한 확립을 이론적으로 구체적인 해명을 시도한 점은 시대상황에 대처한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이론에서 구체적 자연현상에 대한 관심은 실학사상과의 연결점으로 볼 수 있거니와 다만 오늘날의 과학성, 즉 복제인간 이라든지 동물애호가, 환경론자들에게는 이 인물성동이론이 어떻게 접근되고 있는 것인가가 궁금한 과제이다.




1) 호론(湖論)는 인물성이론을 주장하였고, 낙론(洛論)는 인물성동론을 주장하였다.

 

 

 

 

 

<참고문헌>


1. 강좌 한국철학, 한국철학사상연구외 지음, 예문서원, 1996

2. 논쟁으로 보는 한국철학, 김형찬, 예문서원, 1995

3. 한국인물유학사, 한국인물유학사편찬위원회, 한길사, 1996

4. 한국의 유학사상, 황의동, 서광사, 1977

5. 한국의 윤리사상, 조현규, 중문, 2001.



 


 




출처 : 경남대학교 철학인들의 모임
글쓴이 : 권수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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