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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던 때 / 김광규

 

 

조금만 가까워져도 우리는
서로 말을 놓자고 합니다
멈칫거릴 사이도 없이
ㅡ 너는 그 점이 틀렸단 말이야
ㅡ 야 돈 좀 꿔다우
ㅡ 개새끼 뒈지고 싶어
말이 거칠어질수록 우리는
친밀하게 느끼고 마침내
멱살을 잡고
싸우고
죽이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 악수를 하고
경어로 인사를 나누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앞으로만 달려가면서
뒤돌아볼 줄 모른다면
구태여 인간일 필요가 없습니다
먹이를 향하여 시속 140㎞로 내닫는
표범이 훨씬 더 빠릅니다
서먹서먹하게 다가가
경어로 말을 걸었던 때로
처음 만나던 때로 우리는
가끔씩 되돌아가야 합니다

 

 

 

처음 만나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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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엄격한 유교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6·25전쟁 때 피난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서울중학교와 서울고등학교를 다녔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작문 교사로 재직중이던 시인 조병화와 소설가 김광식에게 배웠다.

 

1960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하여 이청준, 김주연, 염무웅, 박태순, 정규웅, 홍기창, 김현, 김치수, 김승옥 등 문학 분야 인재들과 사귀었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의 뮌헨대학교로 유학했으며, 1983년 서울대학교에서 〈귄터 아이히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80년 부산대학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5년 〈문학과 지성〉 여름호에 〈유무〉·〈영산〉·〈부산〉·〈시론〉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출간하여 1981년 제1회 녹원문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 시선집 〈반달곰에게〉로 제5회 오늘의 작가상, 1984년 〈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제4회 김수영문학상, 1994년 시집 〈아니리〉로 제4회 편운문학상, 2003년 시집 〈처음 만나던 때〉로 제11회 대산문학상, 2007년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제19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1986), 〈좀팽이처럼〉(1988), 〈물길〉(1994),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1998)과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1988), 산문집 〈육성과 가성〉(1996) 등이 있다. 독일문학 작품의 번역서로는 브레히트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귄터 아이히 시집 〈햇빛 속에서〉, 하이네 시집 〈로렐라이〉 등이 있으며, 1999년 독역시집 〈Die Tiefe der Muschel〉을 출간했다

 

 

 

하루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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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규(62)씨의 시집 「처음 만나던 때」(문학과지성사 刊)와 소설가 송기원(56)씨의 「사람의 향기」(창비 刊)가 제11회 대산문학상의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번역 부문 수상은 소설가 오정희씨의 원작 「새」를 공동번역한 독일인 에델투르트 김(64)씨와 김선희(45)씨가 차지했으며 평론과 희곡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시상하는 대산문학상은 부문별 3천만원씩 모두1억5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은 주요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다.

 

심사위는 "시부문의 「처음 만나던 때」는 시인의 과거와 결별하고 새 길을 개척하는데 있어 연륜에서 나오는 품격이 배어있고 활달한 감성과 능청스러우면서도섬뜩한 삶에 대한 관찰이 자리잡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규씨는 "보통사람이 읽어서 알 수 있는 시를 쓰겠다"고, 송기원씨는 "이제내 자신의 얘기 보다 남의 얘기를 쓰겠다"고, 에델투르트 김씨와 김선희씨는 "한국문학의 외국소개에 힘쓰겠다"고 각각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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