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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춘 / 장재성

 

 

아무 때나 오지 마세요.

찬바람으로

성급히 다가서지 마세요.

당신이 좀 한가로워진다면

부드러운 바람으로

푸르른 보리 물결치는

밭둑을 타고 오세요.

그리고 기분이 좋으면 휘파람을 부세요.

언덕바지 황금빛 나는

누런 황소를 보셨나요.

그런 몸짓으로 그런 눈빛으로

곤륜산*을 바라보듯 천천히

세상이 밝은 날 큰 빛으로 오세요.

당신이 정하신 날 꼭 오세요.

활짝 핀 노란 꽃잎으로

아무도 모르게

곤룡포 한 벌 펼쳐 놓지요.

 

*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하늘에 이르는 은산

 

 

 

 

하늘의 황금밭

 

nefing.com

 

 

 

청주 세광중학교 현직 수학교사인 장재성씨가 제6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장재성씨는 그의 본업인 수학 문제를 풀 때나 시를 쓸 때 같은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수학 문제를 풀 때나 시를 쓰는 것은 같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고민 끝에 나오는 것이고 문제를 풀었을 때와 시를 썼을 때 느끼는 희열감도 같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수학교사가 시인이 되었다며 축하의 말을 건네자 수학과 시에 관한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장재성씨.

 

"군대에 갔을 때 전우신문에 몇 편을 기고해 보았는데 채택이 되어 실리더라고요." 장씨가 시를 쓰기 시작한 동기다. '외롭고 심심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이제 당당히 시인의 문턱을 넘는 결실로 나타났다. 그는 제1회 지용신인문학상에도 출품해 최종 결선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도 도전했으나 낙방했던 그는 세광고 재직 시절에는 보충수업 등으로 제대로 시간도 못내고 본인 스스로의 좌절감 등으로 3년여간 시를 쓰지 않았다. 세광중으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장씨는 시를 쓸 시간을 안정적으로 가질 수 있었고 이번 수상작인 <만춘>은 지난해 가을에 써서 다듬은 것이다.

 

그는 자연예찬론자이다. 자연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수상작 <만춘>은 민들레를 소재로 한 시이다. 정지용 시인을 접한 것은 이제 56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는 장씨지만 지용의 토속적이고 자연 속에 운률을 담은 시가 좋다고 말한다.

 

공모전 낙방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교사로 만족하자고 다짐했던 때도 있었지만 시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으켜 결실을 이룬 장재성씨는 서인화(50)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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