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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지대 / 이영광

 

 

죽은 나무들이 씽씽한 바람소릴 낸다

죽음이란 다시 죽지 않는 것

서서 쓰러진 그 자리에서 새로이

수십 년씩 살아가고 있었다

 

사라져가고

숨져가며,

나아가고 있었다

 

유지를 받들 듯,

산 나무들이 죽은 나무들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정상 부근에서는 생사의 양상이 바뀌어

고사목들의 희고 검은 자태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슬하엔 키 작은 산 나무들 젖먹이처럼 맺혔으니,

 

죽은 나무들도 산 나무들을 깊이

인정해주고 있었다

 

나는 높고 외로운 곳이라면 경배해야 할 뜨거운 이유가 있지만,

구름 낀 생사의 혼합림에는

지워 없앨 경계도 캄캄한 일도양단도 없다

 

판도는 변해도 생사는

상봉에서도 쉼 없이 상봉 중인 것

여기까지가 삶인 것

 

죽지 않는 몸을 다시 받아서도 더 오를 수 없는

이곳 너머의 곳, 저 영구 동천에 대하여

내가 더 이상 네 숨결을 만져 너를 알 수 없는 곳에 대하여

무슨 신앙 무슨 뿌리깊은 의혹이 있으랴

 

절벽에서 돌아보면

올라오던 추운 길 어느 결에 다 지우는 눈보라,

굽이치는 능선 너머 숨죽인 세상보다 더 깊은 신비가 있으랴

 

 

 

제8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8회 노작문학상에 이영광 시인이 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고사목 지대' 4편이다.

 

이 상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노작(露雀) 홍사용(洪思容.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그의 선영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문화계 인사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5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라비돌리조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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