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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가까운 오지奧地 / 김형미

 

 

내게는 오지奧地가 있다

유년의 걸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휘파람 같은 가까운 오지가 있다

무디고 과묵한 영토, 무표정으로 일관한 깊이는

눈망울로만 우는 소의 눈처럼 깊었다

등 기슭에 자주피던 소금 꽃

혹여, 그 꽃그늘에 얼굴을 묻어볼까 하여

살짝 다가가 기웃거리다 돌아서곤 했다

적막한 꿈으로 둘러싸인 바깥

병마로 허리가 기운 후, 헐거워진

틈으로 새어나온 뒤를 엿볼 수 있었다

쓸쓸히 고립된 채 갈라진 등껍질

여기저기 웃자란 가시와 엉겅퀴

아버지의 등은

망설임 없는 사선을 가졌다

넘어지려는 흙 담 귀퉁이에

기대놓은 오래된 굄목처럼

인생의 지워진 문패가 되어버린 지금

먼 길 돌아 와 기운 등에 얼굴을 묻는다

팽팽한 생의 한 끝이

오목가슴을 찌른다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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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우수상] 사막과 꽃잎 / 이민하

 

 

당신 내부는 버석거리는 사막

어쩌다 별 무리를 붙잡고 온몸 일으켰으나

걸음은 매순간 엿가락처럼 휘어져

꽃잎 우네

 

산을 사랑했으나 지금은 방 한 칸이 전부

큰 산을 보려고 해도 당신 뼈 속엔 건조한 바람만 가득

미친 듯이 자해를 꿈꾸는 늪처럼

신이 내린 임무치고는 너무 가혹해

꽃잎 우네

 

계절 따라 맛있는 음식, 자식 효도에 행복할 거라고

큰소리치던 도시의 똑똑한 아들은 어디로 갔나

마당이 없으면 어때요? 아파트에서 아리랑도 부르며

함께 살자던 딸은 또 어디로? 처신을 잘못하면

방 한 칸 자유도 날아간다 하시며 오로지 한 집만 고집한

그럼 당신을 이해 못한 혈맥들

꽃잎 우네

 

큰 집이 큰 도시가 두려워

능력의 한계를 알고 있으므로 내 밖 문화를 멀리 한다네

지금은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 뿐

어머니- 우리 어머니,

꽃잎 우네

 

 

 

 

 

[우수상] / 강지혜

 

 

어머니 손목에 달 하나 둥실 떠 있다

 

검버섯 핀 자리에 볼록

언제부터인가 부풀어 오른 달

검푸른 뿌리는

안간힘으로 달을 그러쥐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어머니는 온몸에 달빛이 번질 때마다

바튼 숨 소리로 앓아 눕곤 하신다

여섯 자식들을 아버지 몫까지 기르시느라

손 등뼈가 굽어가는 줄 모르고

고달픈 시간들이 쌓이고 쌓인 혹

돌로 굳어버린 눈물 자국

저 철근같은 달뭉치

저 무거운 삶

 

검은 멍울로 돋아나 있는 달

이젠 내려 드리고 싶다

달빛이 사그라들면

어머니 가슴에는

햇빛이 번질 것이다

 

 

 

밀크북 별을 사랑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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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4회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김형미(51·광주)씨의 시 가까운 오지가 선정됐다.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는 효친 사상을 담은 문학 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의 수상작을 1일 발표했다.

 

시 부문 우수작은 이민화(47·울산)씨의 사막과 꽃잎과 강지혜(43·경기 화성) 씨의 이 선정됐으며, 수필 부문은 김순덕(60·강릉)씨의 눈물겨운 나비꽃신과 이옥경(56·서울)씨의 물흐르듯 내마음도 흘러서가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강릉에서 열린다.

 

김후란 심사위원장(시인·문학의집 서울 이사장)응모작품의 수준이 해마다 높아져 올해에도 효친사상이 넘쳐흐르는 격조 높은 작품들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권혁승 회장은 날로 꺼져가는 효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백교문학상을 통해 앞으로 효사상을 함양하고 더불어 문학정신을 한껏 꽃피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백교문학회가 주최하고 강원도민일보와 강릉문인협회가 후원하는 백교문학상은 올해로 4회째 젊은이들에게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심과 부모님을 그리는 효 사상을 함양시키기 위해 수필과 시 부문에서 작품을 공모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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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잠 / 이민화

 

 

다섯 송이의 메꽃이 피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알리는 검은 적막을 깨고,
돌담을 딛고 야금야금 기어올라
초가지붕 위에 흘림체로 풀어놓는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바람벽이
움찔 다리를 절면,
마당가에 선 감나무도 키를 낮춘다.
아버지의 귀가에서 나던 솔가지 타는 냄새
너덜너덜해진 문틈으로 새어나오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수도꼭지
끄윽끄윽 울음을 뱉어낸다.
산 그림자 마당으로 내려서면,
거미줄에 걸린 붉은 노을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먼지 쌓인 잠을 쓱쓱 문질러 닦아내면
아버지의 오래된 시간이 푸석한 얼굴로 깨어난다.
늙은 집이 메꽃을 피우고 있다.

 

 

 

 

오래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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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처음으로 이름 석 자를 얻은 기분"

새벽에 꿈을 꾸었다. 누군가 하얀 봉투를 제 손에 꼭 쥐어주고 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그럴싸한 일이 생길 듯한 예감, 응모 작품을 보내고는 잊어버리리라 생각했으면서도 은근한 기대와 설렘으로 지낸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포기 쪽으로 기울던 참이었다. 올해도 빈손으로 한 해를 건너는가보다 하며 초조한 기다림은 허탈함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당선 통보를 받았다.

3년 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무슨 용기로 뛰어들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저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신이 났다. 그런데 시를 쓸수록 자신이 없어지고 한쪽 가슴께에 통증이 왔다. 중간에 주저앉기도 여러 차례, 결국 시의 길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더 힘들고 아팠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많이 아팠던 기억뿐이다. 오랜 기간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병명을 알 수 없었다. 그런 저를 업고 다니시느라 어머니의 등에서는 항상 쉰내가 났다. 하지만 그 냄새가 결코 싫지 않았다. 그러기에 글을 쓰게 된다면 꼭 어머니의 냄새에 대한 글을 써 보고 싶었다. 이제 그 출발점에 서 있다.

누구보다 기뻐해준 남편과 아이들한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특히 그 동안 온갖 짜증 다 받아준 남편한테 더없는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주말마다 시의 벽돌을 함께 쌓는 다층문학동인과 지도해 주신 변종태 선생님, 부족한 글을 선택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아울러 고마움을 전한다. 살아 계셨으면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기뻐하셨을 시아버님께 이 상을 바치고 싶다.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자만하지 않을 생각이다.

 

 

 

[심사평] 언어로 잘 그려낸 아버지의 폐가 풍경

응모작품은 2백여 명이 보내온 8백여 편이었다. 2008년 1백 50여명 6백여편에 견주면 응모자만도 50여 명이나 늘어났다. 응모자들을 살펴보자면 서울을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서 10대에서 80대까지 고루 응모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응모한 시 작품들은 풍족하게 많은데도 평년 수준을 밑도는 이상한 현상을 보였다. 당선작을 고르는 데 그래서 진땀이 났다.

우선 10편, 강병철의 '허수아비', 장유정의 '빈집', 권혁찬의 '노트북', 이민화의 '오래된 잠', 김웅철의 '11월 대정 골', 한규현의 '밥', 엄계옥의 '매미 집', 정현의 '곶감', 권삼현의 '까치밥', 임창선의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을 뽑았다. 여기서 5편을 뽑았다. '허수아비''빈집' '노트북' '오래된 잠' '11월 대정 골'이 그것들이다. 모두 만만찮은 시 쓰기의 경지에 있다. 그런데도 모두 조금씩 부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구두점 쓰기 등에 좀더 마음 썼으면 한다. 여기서 '부족감'이라고 지적하는 바는 읽고난 뒤에 받는 시 읽기의 감동이다. 시 읽기는 혼의 울림을 깨닫는 자리가 아닌가. '11월의 대정 골'은 제주어로 시를 쓰고 그 시를 표준어로 다시 쓰고 있다. 아무리 인간의 혼이 언어라 하더라도 그 혼의 노래를 두루 알려져 있지 않는 토박이어로 쓴다는 것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마침내 우리는 최종심에서 '빈집'을 떨어뜨리고 당선작으로 '오래된 잠'을 뽑기로 했다. 시의 구조가 견고하지 못한 점도 없지 않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데 아기자기한 사물들의 이미지를 통해 절제된 감정을 언어로 수채화 그리듯이 잘 그려내었다. 시간 구조도 과거를 현재로 잘 풀어냈다. 아버지가 살았던 집이 폐가인 데도 '낡은 집'이 아니고 '늙은 집'으로 의인화시키는 놀라운 표현을 간단히 해내고 있다. 정진하시라!

 

심사위원 문충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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