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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 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물이 출렁거린다

그 무엇도 미워하는 법을 모르기에

당신은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 않는다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누군가 북천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당신은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거기 이미 출렁거리는 북천이 있다며

먼 하늘을 보듯이 당신은 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는 순간 그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풍덩 빠진다

 

북천은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신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걷거나 헤엄을 치다가

되돌아나온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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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과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1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 및 2019 죽형 조태일 문학축전이 오는 7일 오후 3시 곡성레저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죽형 조태일 시인은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아침선박>이 당선된 이래 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과 사회현실에 온몸으로 맞선 저항시인이었다. 자연과의 교감을 빼어난 서정시로 보여준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1941~1999) 20주기를 맞아 시인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조태일 시인 타계 20주기를 맞아 우리의 삶을, 우리의 숨결을을 주제로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먼저 시인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시 낭송이 이어질 예정이다. 조태일 시인이 발행하던 <시인>지로 등단한 권혁소 시인은 무뚝뚝한 사나이라는 시를 통해 불의에 맞섰던 조태일 시인을 추억한다. 강대선, 김숙희, 박관서, 석연경, 주명숙 시인도 시낭송을 통해 조태일 시인을 떠올린다. 또한 곡성의 어린이들도 조태일 시인의 시 <임진강가에서>를 낭송할 예정이다.

 

70년대부터 민중문학 진영을 이끌어온 염무웅 평론가는 독재 권력에 저항하면서도 개성적인 목소리가 확고한 시를 썼던 조태일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염 씨는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평론 부문 당선자로 조태일 시인과는 신춘문예 동기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도 마련된다. ‘씨쏘뮤지컬컴퍼니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월드뮤직그룹 루트머지는 전통음악 산조에 자유스러운 형식을 접목한 퓨전음악을 선보인다.

 

또한 행사장에서는 그리운 쪽으로 고개를이라는 이름으로 서양화가 한희원 씨의 시화전도 펼쳐진다. 조태일 시인의 대표시를 비롯해 박남준 시인 등 여러 시인들의 추모시들이 그림으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천년고찰 태안사 문학기행, 세미나 분단 극복과 통일 지향의 시문학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마련된다.

 

1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는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을 펴낸 이대흠 시인이 선정돼어 이 날 시상식을 진행한다. 심사위원들은(신경림 시인, 염무웅 평론가, 최두석 시인)남도의 지역말을 맛깔나게 쓰는 데 오랫동안 공들인 시인인데 이번 시집의 경우 그 방언의 구사가 더욱 활달하고도 적실하다. 한국시의 융융한 흐름을 염원하던 조태일 시인이 살아계셔서 이 시집을 읽더라도 반겼을 것 같다.”라며 심사평을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천만 원이 수여된다.

 

한편 문학축전에 앞서 이날 1시 곡성레저문화센터 대황홀에서 <분단 극복과 통일지향의 시문학>을 주제로통일을 준비하는 젊은작가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에서는 분단 문제에 관심을 가진 조태일 시인의 시를 조명하고, 통일문학의 현주소를 진단할 예정이다. 동의대 하상일 교수가 분단극복과 통일지향의 재일조선인 시문학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고, ‘조태일 시의 통일 담론적 고찰’(이동순 시인, 문학박사, 충남 아산), 조태일의 글쓰기와 통일적 상상력(정민구 전남대 BK연구교수), ‘조기천의 장편서사시 白頭山의 창작토대’(김낙현 중앙대 교수)를 주제로 한 발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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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조태일문학상 / 손택수  (0)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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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 이대흠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지고 밭에서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일항가 댕가 하기에 장가 가는가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강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에는
한사코 o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꼬지 한 번 안 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 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

우리들의 받침인 어머니
어머니는 한사코
오순도순 살어라이 당부를 한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SNS 보다 쉬운 시쓰기 시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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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문 계간지 「애지(愛知)」가 제정한 "제1회애지문학상" 시부문에 시인 이대흠(35)씨, 문학비평부문에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장석주(49)씨가 각각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동그라미"와 문학평론 "얼굴-풍경의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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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을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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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귀가 서럽다 /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귀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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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 대표로 활동하는 정일근 시인(52·경남대 교양학부 교수)'7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육사시문학상 주관사인 TBC 대구방송은 제7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정일근 시인의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 젊은시인상 수상자로 이대흠 시인의 시집 '귀가 서럽다'(창작과 비평사)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7회 육사시문학상 심사위원 김주연(문학평론가), 정희성(시인), 김종해(시인), 김재홍(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이태수(시인) 등은 "운명의 형식으로서 고독과 허무를 깊이 있게 천착하면서 그것을 사랑과 슬픔으로 따스하게 치유하려는 서정적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뛰어난 시집"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6시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 개막식에서 마련된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1000만 원이, 젊은 시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이 주어진다.

 

정일근 시인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우리나라 시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육사 이원록 선생의 이름자가 들어간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무거움을 느낀다""육사 선생의 시정신에 부끄럽지 않는 시인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시인은 1984'실천문학'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처용의 도시', '경주 남산',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오른손잡이의 슬픔',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그동안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시력 25년을 기념해 펴낸 정일근 시인의 10번째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는 지난해는 지훈문학상을, 올해는 육사시문학상을 수상해 남다른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육사시문학'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TBC 대구방송이 지난 2004년 제정했으며 그동안 정완영, 김종길, 허만하, 이수익, 정희성, 김형영 시인 등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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