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가뭄이 길었네요. 길거리 대형 화분에 심겨진 꽃들이 누렇다 못해 하얗게 말라죽는데 제 손길은 미약합니다. 농경지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 속수무책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 상상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하마(河馬)나 코끼리라도 얼러내고 싶어지네요. 메마른 논밭에 가서 한 1톤씩의 물을 즐거이 토해낼 수 있는 짐승들 말이지요.
물이 갖는 그 전지구적인 종요로움이 커지는 시대네요.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의 불명예스러운 대열에 들고 말았습니다. 그 넉넉하던 수려하던 물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선배의 말에서는 물에 대한 농투성이들의 광적인 집착이 종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렁이 침이라도 모아야 할 판에 장마가 온다니 반가운 일이지요. 물이 있으니 꽃과 열매와 길이 열리고, 선량한 만남도 당연히 면면히 이어져야 할 판입니다. 속악함을 순치(馴致)시키는 물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지요.
노담(老聃)선생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언(眞言)도 단순히 인문학적 철리(哲理)나 비유의 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물의 실용과 생명성에 대한 직시로도 읽힙니다. 모든 숨탄것들과 함께 메마르지 않고 서로 너나들이 상통하는 물의 성정이 생태계를 웅숭깊고 낙락하게 하는 마음, 그 냅뜰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생의 물길이 트이는 그 생각의 물소리는 곧 시(詩)이자, 관용의 문화이며 포용의 너름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공모는 생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는 재미, 그 아우라(aura)를 넓히는 발상과 애정으로, 그 기꺼운 생각을 마주하는 계기였습니다.
인간과 자연, 사회를 아우르는 생태계에 대한 남다른 탁견으로 제정된 문학상에 제 시편을 흔쾌히 밀어주신 심사위원님 여러분과 평택문인협회 관계자분, 평택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심사평] 생태계의 생명에 대한 존재의 염원
태양계 행성 중에서도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은 지구뿐이고 그 이유는 지구가 햇빛, 공기, 물, 흙 등 생물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지금 많은 생물의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온상승에 의한 지구의 온난화로 생태계의 급속한 쇠퇴가 도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동물사냥이나 자연을 파헤치는 등 인간으로 인한 자연 파괴 때문에 많은 생물들이 멸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생물의 멸종은 다른 생물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어 모든 생명체들은 공존하며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역사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석학 “아놀드 토인비는 환경 즉 숲과 물을 파괴한 문명은 거의 모두 멸망했다”고 지적한다.
육종원(유종인)님의 시 “상괭이*소식”은 제주 바다에서 죽은 상괭이의 소식을 듣고 전해지는 간절한 기도 소리를 듣게 된다. 그 기도 소리는 돌고래의 죽음을 통해 자연생태계 질서의 파괴가 불러오는 비극적인 세계와 단절하지 않고 새롭게 눈뜨려는 인식의 전환이다. 죽음으로 생명이 완전히 소멸되고 이 세계와 절연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불러오는 비극적인 자연환경이 아니라 돌고래의 미소로 새로운 생명성의 가치와 대자연의 우주적인 탄생을 염원하고 있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나 기후 변화에 의해 죽은 돌고래의 슬픔을 우주의 원리의 새로운 생명의 생성으로, 생명에 대한 존재를 영속시키고자 하고 있다. 다시는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국제멸종위기종인 죽은 돌고래의 소식을 듣지 말고, 바다에서 웃는 돌고래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5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으로 육종원(유종인)의 “상괭이*소식”을 대상 당선작으로 뽑았다.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자연생태계의 환경보존과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평택시와 평택문인협회의 취지에 맞는 작품으로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구현시켰다 하겠다. 또한 당선자의 최종후보로 세 편의 작품이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크게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이밖에 다른 응모자들의 작품 수준도 만만찮아서 심사위원들은 심사숙고의 시간을 더 가지게 되었음을 밝힌다. 그중에서 “상괭이*소식”은 전원일치의 높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최종심사까지 올라와 경합을 벌인 작품으로는 “동백꽃” “들판에 나온 밀항고래”다. 모두 탄탄한 내공을 가진 작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