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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무덤 /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이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둥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 내며

부서져 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이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 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물방울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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