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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자 : 장옥관(1955, 張沃錧)

 

 

2. 수상작 : 「가오리 날아오르다」 외 5편


「가오리 날아오르다」



경주 남산 달밤에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아닌 밤중에 웬 가오리라니

뒤틀리고 꼬여 자라는 것이 남산 소나무들이어서
그 나무들 무릎뼈 펴서 등싯, 만월이다

그럴 즈음은 잡티하나 없는 고요의 대낮이 되어서는 꽃, 새, 바위의 내부가 훤히 다 들여다보이고 당신은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때 귀 먹먹하고 숨 갑갑하다면 남산 일대가
바다로 바뀐 탓일 게다

항아리에 차오르는 달빛이 봉우리까지 담겨들면
산꼭대기에 납작 엎드려 있던 삼층석탑 옥개석이 주욱, 지느러미 펼치면서 저런, 저런 소리치며 등짝 검은 가오리 솟구친다
무겁게 어둠 눌려 덮은 오랜 자국이 저 희디흰 배때기여서
그 빛은 참 아뜩한 기쁨이 아닐 수 없겠다

달밤에 천 마리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골짜기마다 코 떨어지고 목 사라진 돌부처
앉음새 고쳐 앉는 몸에
리기다소나무 같은 굵은 팔뚝이 툭, 툭 불거진다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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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사위원 : 황동규, 정진규, 김명인, 황현산

 

 

4. 심사평

장옥관은 삼년 전쯤 허물을 벗은 시인이다. 그전에도 그의 시는 사물과 사실들의 자상한 묘사와 배치로 매력이 있었지만, 이것이 그의 시 세계다 라고 딱이 말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다가 그는 지난번 시집 『하늘 우물 』의 앞 절반을 채운 시들 예를 들어 「다시 살구꽃 필 때」같은 작품에서 환상과 현실이 역동적으로 만나는 비전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번에 예심을 거쳐 올라온 그의 시들은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가오리 날아오르다」의 첫 2연을 읽어보자.

뒤틀리고 꼬여 자라는 것이 남산 소나무들이어서

그 나무들 무릎뼈 펴서 둥싯, 만월이다


그럴 즈음은 잡티하나 없는 고요의 대낮이 되어서는 꽃, 새, 바위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당신은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대 귀 먹먹하고 숨 갑갑하다면 남산 일대가

바다로 바뀐 탓일 게다


현실과 환상의 이렇게 역동적으로 만나는 시를 따로 만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뒤에 나오지만 옥개석이 가오리라니! 달밤에 날아다닌다면 그 모양새가 틀림없이 가오리일 것이다.

「오줌꽃」에서 자신의 오줌버캐가 꽃으로 변모되어 무덤까지 따라오는 비전도 같은 맥락이고, 「지렁이」에서 지렁이를 춤추게하는 상상력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상력의 역동성을 누그러트리지 말고 다음에 새로 허물을 벗을 때까지 든든히 등에 메고 가길 바란다. 축하한다. (황동규-시인)

 

 

파란 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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