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 박정남
뼈 하나 없는 벌레들이 과일의 살을 뚫고 들어와 누워 있다
억센 이빨 한 없는 입술이 오물오물 껍질을 찢어
구멍을 내어 온 몸을 들이밀어 들어와 살고 있다
나뭇잎에 구멍을 뚫는 벌레 한 마리의 힘으로
저 달도 쉽게 구멍이 뚫릴 것이다
뚫린 구멍을 가진 몸들이 가벼워져 둥둥 하늘로 떠오른다
자신을 파먹는 벌레를 밀치지 않고 받아들인
잔뜩 발기되어 있는 달의 질이 붉다
무기도 하나 없이 파 들어가는 벌레들의 힘을 보아라
무기도 하나 없는 그 힘없는 벌레들을 받아들여
넉넉히 먹여 살려 온 밤하늘의 넉넉한 달빛을 보아라
박정남 시인이 11일 열리는 '이상화 문학제'에서 제25회 '상화시인상'을 수상한다. 수상작은 박 시인의 4번째 시집 '명자'에 수록된 '달'이며, 상처입은 여성성을 아름다운 생명의 씨앗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정남 시인은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숯검정이 여자' '이팝나무길을 가다' '길은 붉고 따뜻하다' '명자' 등이 있다.
한편 11일 오후 6시 상화고택(대구시 중구 계산동) 앞마당에서 열리는 '이상화 문학제 2010'은 1부 이상화문학제, 2부 상화시인상 시상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식전 행사인 달구벌 북춤을 시작으로 이병훈 한국낭송문학회장의 추모시 낭송, 소프라노 이정하'피아노 정영란 등의 무대, 시노래모임 활동을 펼치는 진우의 상화시 낭송, 국악인 오영숙 등의 국악 연주와 창작 무용 등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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