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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초록 거미의 사랑

 

nefing.com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해 시행하는 정지용 문학상은 올해 18회째를 맞이한다.

 

강은교 동아대 국문과 교수가 올해 제18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가 제정해 시행하는 문학상이다. 수상작은 시집 초록거미의 사랑에 수록된 시 너를 사랑한다이다.

 

시상식은 지용문학축제 기간 중인 오는 513일 오후 230분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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