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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여는 꽃들 / 김형영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저 꽃들 좀 봐요.

 

노란 꽃

붉은 꽃

희고 파란 꽃,

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

옹알거리는 소리,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시네.

 

눈도 귀도 입도 닫고

온전히

그 꽃들 보려면

마음도 닫아걸어야겠지.

 

봄비 오시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꽃들아

어디 너 한번 품어보자.

 

 

 

 

땅을 여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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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내년이면 시인으로 데뷔한 지 50년이 됩니다. 그동안 시집도 여러 권 펴냈고, 문학상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시집을 냈을 때나 상을 받았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기쁘면서도 한편 부끄럽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왜 시를 쓰느냐고 자신에게 가끔 묻습니다. 쓰면 쓸수록 어렵기만 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게도 하는 시, 그럴 때면 저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안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론 말 한 마디 없는 대화이지만요. 영적 교감은 침묵으로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맛있는 바람도 마시고, 그 신성한 바람을 영혼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허풍을 좀 떨어보려고요. 그렇게 십 년 넘게 나무와 교감하며 지내다보니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만, 그 중 한 가지는 시는 눈에 보이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혜산 박두진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박두진 선생님과의 인연을 잠시 떠올려보았습니다. 1971 문학과 지성 봄호에 제 시 귀면(鬼面)이 재수록되었는데, 선생님은 제 시에 대해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주셨지요. 그 칭찬은 마치 오장육부를 뚫고 장대같이 일직선으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와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때 그 칭찬 한 마디 때문인지 모릅니다. 어른으로부터 듣는 칭찬의 힘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혜산 박두진문학상을 제게 안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마음을 숙여 감사드립니다.

 

 

 

화살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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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10회 박두진 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본상 후보 다섯 분과 젊은 시인상 후보 다섯 분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김형영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자연에 대한 강한 친화력과 함께 보편적인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시인 가운데는 박순원 시인의 개성적 시편들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김형영 시학의 주된 요소는, 자연 사물과 시인의 종요로운 가치가 상응하는 장면에서 얻어진다. 말하자면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하는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만큼 김형영 시는, 사라져가는 사물들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영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아가 거기서 서정적 신생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박순원 시편은, 유머와 풍자 혹은 새로운 자각의 언어로 읽는 이들의 지적, 정서적 동의를 구해가는 세계이다. 거침없는 시의 흐름과 기층언어 구사가, 단정하고 응축적인 시적 전통에 균열을 내면서 새로운 시의 호흡을 경험케 해준다. 슬픔과 웃음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통합하면서 박순원 시는 우리 시단에서 비슷한 경우가 거의 없는 남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그 세계에 제도권 차원의 격려가 얹히질 못했는데, 이번 기회가 그의 고독한 언어와 매체 작업에 훌륭한 응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조남철(문학평론가,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박라연(시인, 제5회 박두진문학상 수상자)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오문석(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교수)

 

 

 

나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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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지부장 방효필)와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위원장 조남철)는 '제10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김형영 시인이 선정됐으며, 또한 올해 첫 제정된 ‘젊은 시인상’에는 박순원 시인이 영광의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혜산의 고결한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시장 황은성)와 안성교육지원청(교육장 정진권), 동아일보사, 월간 '현대시학'의 후원, (사)한국예총 안성지회(회장 이상헌)주최,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와 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가 주관하여 2006년부터 제정, 시상해오고 있으며 올해로 10회에 이르렀다. 수상자 선정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발간된 시집과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중에서 혜산의 시세계를 반영해 예심과 본심을 거쳐 결정됐다.

 

문학평론가이자 혜산 문학상 심사위원회 유종호 위원장 및 김용직(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조남철(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박라연(제5회 박두진문학상 수상자), 유성호(한양대학교 교수), 오문석(조선대학교 교수)등 심사위원들은 “제10회 박두진 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본상 후보 다섯 분과 젊은 시인상 후보 다섯 분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김형영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어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자연에 대한 강한 친화력과 함께 보편적인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 선정이유로 “김형영 시학의 주된 요소는, 자연 사물과 시인의 종요로운 가치가 상응하는 장면에서 얻어진다. 말하자면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하는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만큼 김형영 시는, 사라져가는 사물들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영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아가 거기서 서정적 신생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첫 제정된 ‘젊은 시인상’은 박순원 시인의 개성적 시편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며, “박순원 시편은, 유머와 풍자 혹은 새로운 자각의 언어로 읽는 이들의 지적, 정서적 동의를 구해가는 세계이다. 거침없는 시의 흐름과 기층언어 구사가, 단정하고 응축적인 시적 전통에 균열을 내면서 새로운 시의 호흡을 경험케 해준다. 슬픔과 웃음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통합하면서 박순원 시는 우리 시단에서 비슷한 경우가 거의 없는 남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그 세계에 제도권 차원의 격려가 얹히질 못했는데, 이번 기회가 그의 고독한 언어와 매체 작업에 훌륭한 응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축하를 잊지 않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24일(토) 오후 3시 안성문예회관에서 열리며 박두진 시인의 업적을 기리는 문화행사로 전국 초, 중, 고, 대학, 일반인들이 참여한 <제15회 혜산 전국 백일장>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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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나무 안에서 / 김형영

 

 

산에 오르다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쉬었다 가자.

하늘에 매단 구름

바람 불어 흔들리거든

나무에 안겨 쉬었다 가자.

 

벚나무를 안으면

마음속은 어느새 벚꽃동산,

참나무를 안으면

몸속엔 주렁주렁 도토리가 열리고,

소나무를 안으면

관솔들이 우우우 일어나

제 몸 태워 캄캄한 길 밝히니

 

정녕 나무는 내가 안은 게 아니라

나무가 나를 제 몸같이 안아주나니,

산에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나무와 함께

나무 안에서

나무와 하나 되어 쉬었다 가자.

 

 

 

 

나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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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여우 / 류인서

 

 

재 하나 넘을 적마다 꼬리 하나씩 새로 돋던 때

나는 꼬리를 팔아 낮과 밤을 사고 싶었다

꼬리에 해와 달을 매달아 지치도록 끌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꽃을 샀다

새를 샀다

 

수수께끼 같은 스무고개 중턱에 닿아

더 이상 내게 팔아먹을 꼬리가 남아있지 않았을 때

나는 돋지 않는 마지막 꼬리를 흥정해

치마와 신발을 샀다

피묻은 꼬리끝을 치마 속에 감췄다

 

시장통 난전판에 꽃핀 내 아홉꼬리 잃어버린 춤사위나 보라지

꼬리 끝에서 절걱대는 얼음별 얼음달이나 보라지

 

나를 훔쳐 나를 사는

꼬리는 어느새 잡히지 않는 나의 도둑

 

당신에게 잘라준 내 예쁜 꼬리 하나는

그녀 가방의 열쇠고리 장식으로 매달려 있다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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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은 제6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김형영(65) 시인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나무 안에서'.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대해 "자아와 세계 사이의 교감과 친화를 깊이 있게 형상화하면서 생명사랑과 사랑의 철학, 그리고 평화사상을 지속적으로 천착해 이육사의 문학정신을 계승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젊은 시인상에는 시집 '여우'의 류인서(49)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본상 1천만 원, 젊은 시인상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초 TBC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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