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의 둘레 / 고진하
홀로 산길을 걷다 자주 발걸음 멈추는 곳
두루미천남성 군락이 있지
긴 헛줄기 끝에 긴 모가지를 쑥 뽑아올리고
외로이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두루미를 닮아 친해졌어
가시덤불과 바위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울퉁불퉁한 오르막길 하염없이 걷다
호젓한 꽃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다보면
외로움이 출렁, 온몸을 흔드는 순간도 있지만
입석(立石) 같은 외로움이
또 한 번 출렁, 한 무더기 빛으로 쏟아지기도 하네
홀로 피어난 것이 홀로 가는 것들을 감싸는
환한 둘레가 되는 일
뒤에 두고 온 두루미천남성이 던져준 빛이네
저물녘 산길을 내려오다 보니
이미 오래전 입적해버린 새의 주검 위로
나뭇가지에 열린 새들 뱃종뱃종 명랑의 둘레가 되고
제13회 영랑시문학상에 고진하 시인 '명랑의 둘레'가 선정됐다. 22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올해 영랑시문학상에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진하 시인의 '명랑의 둘레'(문학동네)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영랑생가에서 열리는 영랑시문학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다.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엄격히 심사했다"며 "수상자로 선정된 고진하 시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고진하 시인을 선정한 심사위원단은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고진하는 성(聖)과 속(俗)이 갈등하고 화해하고 공존하는 삶의 과정을 특유의 사유와 감각의 방식으로 탐색해 온 시인"이라며 "영랑 선생이 평생 일구어낸 자연 서정의 깊이와도 친밀하게 상통한다"고 밝혔다.
고진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꽃망울이 터지려고 팽팽해지는 3월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반갑다기보다는 약간 긴장이 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 마음도 팽팽해졌다"고 말했다.
영랑시문학상은 2015년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예선에서 10권을 골라 본선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시상식은 제13회 영랑문학제가 열리는 29일 오후 5시 강진 영랑생가 입구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한편 29일 열리는 영랑문학제는 풍물패(길놀이)를 시작으로 영랑시문학상시상, 영랑골든벨, 청자 및 모란화분 전시, 영랑시집 및 기념품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30일에는 전국영랑백일장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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