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문현미
사람 사는 냄새가 맡고 싶으면 밀양군 북면 가산리로 오세요 그곳엔 60년 해묵은 이발소, 낡은 희망발전소가 하나 있지요
투박한 바리깡, 케케묵은 의자들, 연탄 난로에서 보글보글 세월을 끓이는 찌그러진 알루미늄 주전자, 바닥에는 갓 떨어져 나온 보풀 온기들, 복덕방 김씨 영감, 중국집 배달부 이씨, 여기저기서 몰고 온 때묻은 풍문들이 잘려나가는 머리카락보다 더 수북이 쌓입니다 와 달라는 연락을 받으면 ‘금일 휴점’ 팻말을 붙여 놓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이발사, 이발소를 찾았다가 팻말을 보면 어디로 갔는지 세상 이치를 어림짐작하는 동네 사람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친구의 오랜 쑥대머리를 깎아주고 감겨줍니다 빗질을 쓱쓱 하니까 친구가 이발사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지요 이발사의 입가에 반달 미소가 걸리면“머리 다 깎았다. 괜찮나?”“쪼매 못났다”숫돌에 무딘 가윗날을 쓱싹쓱싹 갈고 있는데 엿장수 최씨가 들어오며 엿가위 소리 툭 던집니다 “오늘 돈 마이 벌었나?”“그냥 밥 묵꼬 살면 된다 아이가, 하루에 세끼 더 묵꼬 사나?”
사람 냄새가 누룩처럼 부풀어 올라 동네가 구수구수 사랑으로 익어가지요 잘려 나간 머리카락만큼 온정이 더 쑥쑥 자라나는 가산리 희망발전 이발소
계간 시현실과 한국문인협회 인제군지부가 주관하는 제9회 박인환 문학상 수상자로 문현미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시집은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이며 수상작품 또한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이다.
시상식은 10월 11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박인환 문학 축제 때 있을 예정이다.
인제군민의 한마당잔치인 제26회 합강문화제가 개막됐다. 합강제는 인제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잔치인 하늘내린 예술제와 인제출신인 박인환시인을 기리는 박인환문학제 등이 함께 펼쳐져 평소 갈고닦은 문화·예술에 대한 기량을 발휘하고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체육 및 부대행사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이번 합강제는 7일 오전 하늘내린 예술제 개막식과 오후6시 하늘내린 종합예술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5박6일동안 열린다.
8일은 오전11시 박인환추모 백일장, 오후1시30분 합강정에서 합강제례에 이어 오후3시부터 인제읍 시가지를 순회하는 거리퍼레이드가 열려 주민참여를 유도한 후 오후6시 인제군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합강제 개회식을 갖고 오후 7시30분부터 크라운제이 등 인기가수 등이 참가하는 군민화합 희망콘서트가 열려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날 개회식때 2008 인제군민대상으로 선정된 박남웅 기린면주민자치위원장(지역개발부문)과 김미례씨(향토봉사부문)에 대한 시상식을 갖는다.
9일은 군민체육대회, 11일은 만해마을에서 박인환문학제와 박인환과 함께하는 시낭송의 밤 등 문학행사가 이어져 박인환 고향다운 문향 남설악의 가을밤을 수놓는다. 올해 박인환문학상은 문현미 백석대 교수(시인)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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