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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행 야간열차 / 손현승

서울 올라오는 아버지

머리칼 베어 기차표 끊으시네

배가 고파 주먹 두 개와 바꾼 삶은 계란에

목이 메네

창밖의 어둠 삽으로 퍼올려 겨우 밝힌 불씨 하나

시러펀 손바닥을 적시네

숨조차 아까운 토막잠 너머 창밖에

아버지 두 주먹 같은 밤

아빠,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어릴 때부터 아빠의 직업은 겨울이라고 적었던걸요

겨울은 꼭 수정 구슬 같아서

뽀득뽀득 닦으면 바닥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하죠

한 장씩 넘어가는 이야기 속에

눈에 익은 골목이 보이고

닳고 닳은 저녁들이 있고

골목 끝에서 과자처럼 부서지던 아빠의 어깨가 있고, 서울 올라오는 아버지

기어이 그림자를 열차 안에 떼어 놓고 내리시네

오랜 후에 부는 바람을 아버지는 알고 있네

겨울은 이제 막 시작되었네

잘 가라, 힘없이 손 흐드는 그림자가

주머니를 뒤적여 찾아낸 옛날 노래

카테리나 행 열차는

8시에 떠나네

11월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얘야, 어쩌면 그날

열차에서 내린 건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단다

이렇게 나는 날마다 희미해지고 있지 않니?

그러나 어쩌면 추위와 배고픔이

나의 구원이었을지도 몰라

해마다 봄이 오면

멀리서 열차는 돌아오네

서울 올라오시는 내 아버지

꼭 쥔 주먹 같은 어깨뼈 같은

목련, 목련

* 미키스 데오도라키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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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직문학상 영예의 대상으로 서울시 공무원 손현승씨가 낸 시 ‘목련행 야간열차’가 선정됐다.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은 2022년 공직문학상 수상작 47편을 발표하고,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 입상한 작품들은 전자책(e-book)으로 제작해 인사처 및 공무원연금공단 누리집에 게시될 예정이다. 

 

올해 출품된 작품은 시, 시조, 수필, 단편소설·희곡 등 8개 부문에서 2058편으로, 이 가운데 대상인 대통령상은 1명, 국무총리상 6명, 인사혁신처장상 20명,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상 20명 등이 선정됐다.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목련행 야간열차는 세월과 가장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 아버지라는 존재를 되새겨보게 하는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잘 그려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상인 국무총리상에는 시 부문 이나연씨의 ‘열역학 제2법칙’ 신정모씨의 시조 ‘도요(陶窯)’ 김윤서씨의 수필 ‘양철나무꾼의 심장’최은경씨의 단편소설 ‘잔여물 관리센터’ 정경봉씨의 동시 ‘일기장은 냉장고’, 이상백씨의 동화 ‘비밀 친구’가 수상했다.

 

수상작 대부분이 표현기법 등에서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상인 인사혁신처장상에는 시 부분에서 박한을씨의 ‘레테’와 오현춘씨의 ‘오먹가을 앞의 자화상’ 시조 ‘빅뱅’, 수필 ‘강담이야기’와 ‘선택’ 등 20편이 선정됐다.

 

동상인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상에는 시 부문에서 장미영씨의 ‘피카소의 연인이 되고 싶어요’ 등 시 7편과 시조 1편, 수필 4편, 단편소설 2편, 동시 3편, 동화 2편, 공직공감 1편 등이 수상했다.

 

노창수 심사위원장(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코로나와 경제 불황 등 여러 현실적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담긴 작품들이 많았다”며 “공직사회의 문학적 저력과 성취력을 가늠할 수 있었고, 구성과 표현에 있어 신춘문예에 버금가는 작품도 있었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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