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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천상열차분야지도 / 김경태

 

태초에 파문(破文)이 있었고 너는 태어났다

울음은 별이 되고 광활한 대지가 되고

말없이 허공을 뚫고

사라진 별똥별 하나

 

갈대밭을 지나는 저 은하수의 숨결이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풀어놓은 달그림자

망망한 바다를 건너 수평선에 스며든다

 

먹먹한, () 하나하나

손끝을 대어본다

별자리를 읽다가 흐르는 이 눈물은

초겨울 빙점 아래로

퍼져가는

강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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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백일홍 / 박상미

 

어머니는 백일홍을 파종하셨다

그러곤 아침마다 흙의 얼굴을 문지르며 쭈그려 앉아 계셨다

어머니, 뭘 그렇게 맨날 들여다 보고 계셔요?

이것 봐라, 온힘으로 뒤집고 박차고 나올 준비를 하잖니?

싹이 나오면 어머니는 보름달처럼 벙글벙글 웃으셨다

그리고 이내 모종을 옮겨 심으셨고

앙앙 우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젖을 물리셨다

백일홍의 가는 허리에 살이 붙어 갔다

봉우리가 맨처음 꽃잎을 하나 열었을 때

어머니는 동그란 얼굴로 내려다보고 계셨다

어머니의 검버섯도 하나씩 사라져갔다

주위에 불순한 것들은

공포가 느껴질 때마다 잘라 버리셨고

태양의 가시를 등에 꽂고 여름내 곁을 서성거리셨다

이윽고 이파리에 얼룩이 지고 꽃잎이 바래지고

백발 같은 서리가 내리면

두 손으로 긁어 씨를 받으셨다

쇠락하며 잉태한 것은 겨우내 안으로 야물어갔다

 

올해도 어머니는 파종을 하실 것이다

그리고 기특하다시며

또 다시 모종을

옮겨 심으실 것이다

 

 

 

 

 

 

 

[은상] 집배원2 / 이잠춘

 

그는 꿈꾸는 제비다. 날마다 일몰이면 살구 씨를 물어와

밤의 골목으로 기어 들어가는 청춘에 불 밝힌다

초가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듯 공복의 향기를 날마다 전할 수 있는

제비가 좋다고 함박꽃이 활짝 핀다. 그 얼굴에

꽃샘추위 시샘하여 눈이 내리면 눈송이 꽃을 배달한다고 한다

그런 날이면 고객들은 어김없이 눈길 빙자한 과부하를 부르는 오후

시간의 허리춤을 잡고, 허기를 벌컥벌컥 마시는 새 울음은

그의 또 다른 애칭, 다문다문 빌라의 계단을 오를 때 소리 나는 관절이

초인종 앞서 문을 두드릴 때는 이런 , 실소(失笑)를 머금는다

잠시 앉았다 떠나는 그 자리, 등기의 쾌도 속에서 생신이라 금전 받아 든,

노모의 호흡 먹먹함을, 때 묻은 얼룩들 견지(見地) 한다고 한다

살 에는 바람도 시종여일 춥지 만은 않은 것,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하는 행림의 길에

나이테 또 하나 그리며, 삶의 한창때를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는

그는 창공을 비상하는 대한의 제비다

시절이 동에서부터 서까지 변화는 있어도 변함이 없는 사계

천일염에 들이치던 삭양빛처럼 맛과 질에 걸 맞는 심부름 군이 되어간다.

 

 

 

 

 

 

[은상] 응애 / 윤계순

 

힘껏 밀친 세상 밖으로

첫울음을 터트리는 아가

꽉 쥔 주먹이 명랑하다

탯줄보다 질긴 사랑

심장으로 전해 듣던 작은 숨소리

응애를 외치기까지

삼백예순다섯 날 돋아나는 소망은

게으르지 않았다

자전과 공전 사이의 어둠과

창을 두드리던 별자리의 시샘과

알파고에 무릎 꿇고 끌려가던

인간의 눈물을 태교의 문장으로 새기며

단단히 버텨낸 것이다

응애는

청춘 남녀의 행복이 철들어 갈 때

유전자 짙은 제 그림자를 바라보며

등 뒤의 부모처럼 부모가 되어가는

인연의 소리

골목의 적막을 물어뜯는 옹알이의 합창이

글 밭 이랑에 누워 구르는

바둑알의 굴절된 암호를 해독하는 시간

꽉 쥔 주먹을 펴

훼손된 지구에 햇살 당기는 웃음이

창밖으로 울려 퍼지면

우리는 새봄을 함께 노래하는

따뜻한 가족이 된다

 

 

 

 

 

 

 

[은상] 박심리 / 박수옥

 

손에 닿을 듯 하늘만이 열려있는

병풍처럼 에워 쌓인 해발 980미터

경계도 알 수 없는 싸리 울타리가 전부인

탄광촌 작은 마을, 내 고향 박심리*

 

콜타르 지붕을 씻어낸 빗물이 쓸려

실뱀처럼 발 뒷 꿈치 물던 옛길에

발목까지 석탄가루 새까맣게 동무하던

단발머리 친구들 고향을 잊었을까

 

물장구치던 앞내 개울가에

까만색 냇물 웃음은 푸르게 흐르고

십 여리 등굣길 하늘 오르던 재 너머

재잘거리던 진달래 웃음처럼 주절이 피었다

 

활활 타던 연탄불이 풀썩 꺼지듯

폐광으로 하나둘 떠나간 마을 

쿵쿵 울리던 아버지 힘찬 굴착기 소리

용사처럼 삼백 예순 나날 잊지 못해

더러 진폐병동에서 홀로 어둠을 캐고 있고

다문다문 부고로 전해지던 고향, 박심리

 

어느덧 친정엄마보다 더 세월을 품은 나이에

시간을 거슬러 허기진 기억을 채우려 찾은 그곳엔

스몰카지노 낯선 불빛이 추억을 배신했지만

 

백운산 끝자락에

엄마 닮은 곱게 핀 각시붓꽃 한송이에

내고향 박심리는 거기 있었다.

 

* 박심리 : 정선군 고한읍 고한4리의 옛 지명

 

 

 

 

 

 

 

[동상] 날개 / 서정석

 

구직 광고가 수족관 위로 걸려있다

해가 떨어진 바닷가 모퉁이

무거운 모자를 눌러쓴 청년이 서 있다

 

텅 빈 고깃배가

잔파도의 빛에 걸려 허기처럼 찰랑이고

한쪽으로 휘청거리는 사내의

붙박인 머리 위로

고시촌이 불에 탔다는 비보가 새떼처럼 날아왔다

 

사각진 벽으로 바람을 구겨 넣고

등을 곧추 세우기 위해 무던히도 날개를 부비던 친구의 온기가

하얀 부고장에 실려 공중으로 흩어졌다

 

흔들리는 눈물을 꾸덕하게 누르며

쉬지 않고 껌뻑이는

충혈된 등대의 눈이 바다만 바라보다

구부러진 어깨를 퍼덕이는 사내의 자리까지

밀고 들어온 한파

 

계절이 몰고오는 휑한 바람에

찢긴 날개를 고치는 사람들이

먼 도시의 변방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동상] 부드러운 경전 / 서해웅

 

선암사 해우소에 앉았다가 보았다

나일론 끈에 매달린 두루마리 화장지

혀를 쑥 내밀고 중생을 놀리고 있는 것을

아랫배를 부여잡고 막 들어섰을 때만 해도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한숨 돌리고 나니 화장지가 내 흉을 보고 있는 듯하다

어찌하여 가여운 중생을 놀리십니까 물어도

묵언수행, 대답 없는 혓바닥

미뢰처럼 촘촘히 박힌 동그란 무늬들

한자 한자 새겨 놓은 두루마리 경전

둘둘 풀어내어 뒤를 닦는다

혓바닥이 뒤를 훑고 지나간다

바지를 추스르고 막 나서려는데

뭔가 들켜버린 것처럼

뒤가 개운치 않다

식탁 위에도 화장실에도

놓여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

욕망이 지나간 자리마다 묵묵히 훔쳐내고 있었다

번민이란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닦아내는 것!

거친 종이 한 장이 고행을 지나

날카로움을 잃고 나면 도리어

못 닦아낼 것이 하나 없다

문득 왜 스님들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경전을 외고 또 외는지 알 것만 같다

해우소 담장 위 매달린 금낭화

꼭 쪼그리고 앉아 있던 내 뒷모습 같다

 

 

 

 

 

 

[동상] 무지개 폭포 / 황명훈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는 날은

일찍 집에 갈 수 있어 좋다는 아이들

2교시 수리 영역 시간

맘 편하게 3번으로 몰아서 찍고

햇살처럼 환하게 잠이 들면

그 햇살들 창밖으로 불러내어

덕계* 상설시장 앞에서 5-1번 마을버스를 탄다

왕복일차선 낮은 돌담 사이로

이무기처럼 꾸물거리는 길은 어느새

잎새 가득 초록 향기 품고

찰방찰방 물길을 건너

넓적바위 몇 개씩 훌쩍 뛰어넘으면

빨.주.노.초.파.남.보.

전설로만 남아있는 무지개폭포**

 

첨벙, 첨벙

폭포 속으로 사라진다

아이들은 어느새 무지개가 된다

 

* 덕계 :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지역 명.

** 무지개폭포 : 경상남도 양산시 동쪽의 천성산 기슭에 있는 폭포.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오색무지개를 형성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

 

 

 

 

 

 

 

[동상] 골목 / 심영호

 

밤이 촘촘한, 골목에 들어서면

어머니 자판소리 별빛으로 떨어진다

별 헤는 밤, 만학의 어머니는

거친 손으로 동주의 시를 가로등에 내걸었다

타닥타닥 점멸하는 언어들

어머니는 처녀 시절 어떤 문장들을 꿈꾸었을까

십 리도 더 되는 길을 걸어

어머니는 모국어를 만났으며

가난한 세간의 낙엽들은 자주 바람에 흔들렸다

어머니가 교문을 일찍 나오던 날

세상의 모든 골목들은 적막했으리라

그때 어머니가 헤던 별들은

이제 청춘을 훌쩍 지나고 있는데

추억의 모퉁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문장들을 가져와

나는 어머니의 별들과 그 슬픔을 헤아려 본다.

 

 

 

 

 

 

 

[동상] 까막눈 고등어 / 정은숙

 

아버지 밥상에 올려진 고등어에는

치열한 생(生)이 절여져 있다

 

가난을 땀으로 막던 아버지에게

고등(高等): 어(語)는 사치다

 

태양을 친구삼아 바다를 이불삼아

서슬 퍼런 세상에 모진 칼질 당하며

겨우내 오른 밥상

 

새벽 찬바람 맞으며 처절하게 외쳤다

가난은 죄인가

단근질로 가슴이 재가 되고

표박 끝에 머리와 꼬리가 으스러져

허기에 배를 질끈 묶어도

가난은 죄였다

 

제 한 몸 다 내어주고 난 후

희끗해진 등껍질과

앙상한 뼈마디 붙들고

다시, 집을 나서는 죄인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농익은 땀방울에 흠뻑 절여진

고달픈 고등(孤燈) : 어(圄) 하나

 

 

 

 

 

[동상] 아비와 아들 / 김기성

 

아비는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또 아비를 낳는다.

 

검붉은 툇마루가 낯설던 아들의 어릴 적은

그가 낳은 아비의 젊은 날에 지운다.

 

 

 

 

 

 

[동상] 아버지 / 안안미

 

해가 나의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아버지는 삐걱대는 문을 조심히 열고 새벽을 찾았다

어스름한 골목길을 돌고 돌아 빗자루를 쥐러가는 아버지

은행나무가 내려다보는데도 아버지는 고개를 젖히지 않았다

실밥 터진 모자를 귀까지 눌러쓰고 묵묵히 나뭇잎을 쓸어 담는

아버지의 등에 작은 별 하나가 반짝 박혔다

햇살로 만든 실을 부여잡고 나는

나무향이 묻어나는 아버지의 별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거리를 뒹구는 나뭇잎에 맞춰진 아버지의 늙은 눈이

순간, 희붐한 새벽하늘로 올라갔다

한참을 은행나무처럼 서 있던 아버지가

힘찬 손길로 나뭇잎을 다시 쓸어 모으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동상] 용역직원 k/ 김홍엽

 

컴퓨터 수리공 용역직원 K씨

그는 분명 책상 밑에 신을 모시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일 같이

무릎을 꿇어 책상 밑으로 들어가

바짓단이 날강날강 해지도록 백팔배를 들일 이유가 없다

나는 그가 모신 신이 궁금해서

책상 밑에 그의 경전을 엿본 적이 있다

엷은 어둠속에는 여러 선들이 실핏줄로 뻗어서

손가락에 붕대를 감은 채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자세히 귀 기울이면 신전에서는

나지막한 독경 소리 흘러 나온다

어느 날 내 발이 신전을 잘못 건드린 적이 있다

더 이상 독경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책상 위의 모니터는 맥없이 꺼졌다

다시 K씨가 합장을 하고

책상 밑의 스님에게 웃음같은 곡차를 건네자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맑은 독경 소리가 흘러나왔다

컴퓨터 수리공 용역지원 K씨

비정규직이라 최저임금을 받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성불을 꾀하기 위해

오늘도 가슴에 커다란 부처를 안은 채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그의 바짓단이 탱탱하다

 

*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 경전

 

 

 

 

 

 

[동상] 물의 나사 / 김미연

 

반신욕을 하고 나와 욕조를 본다.

내 몸이 빠져 나온 자리가 아물고 고요로 팽창한다.

사십 여 년 다니며 앉았던 내 직장의 의자들은 벌써

다른 물이 차올라 팽팽한

수평을 이루었겠다.

 

바다로 가는 거북이 뒤돌아보듯

여름 막바지 달리던 느티나무가 물끄러미 뒤돌아본다

물길이 지나간 허벅지와 사타구니에 모래톱이 생겼다

 

여름 계곡에 붉고 푸른 사람소리, 물소리

울긋불긋 단풍이더니

어제는 하얀 바위와 기다란 계곡의 고요만 반짝였다.

눈 내리면 두둑하고 하얀 평온이 깔리겠지.

 

막아둔 배수 구멍을 뺀다

물은 부정맥처럼 벌떡이다가 스스로 나사를 만들며

빠져 나간다, 누가 순서를 정한 것도 아닌데

질서정연 다투지 않고 나가는 물,

창으로 들어선 햇발에 별들의 알갱이가 인다.

 

 

 

 

 

 

[동상] 부고 / 전인배

 

 

시간의 틈에 곰팡이가 자란다

티브이에선 총각무를 팔고 있다

클로즈업 된 쇼호스트의 입술을 보다가

와삭, 침이 고인다

망가진 시간이 덜렁거린다

벽시계를 떼어내자 곰팡이가 얼룩져있다

얼룩은 사람의 표정 같아서

귀를 닦아내고 눈매를 다듬자

표정이 녹아버린다 울상이 된다

곰팡이가 자란다

몸은 죽음을 배웅하지도

신변을 정리하지도 못했다

사후경직으로 리모컨 전원을 누르지 못해

육체가 있었던 자리에 너저분한 소리가 날린다

그는 유모차를 끌고 골목을 돌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먹다 남은, 쓰다가 만, 덜 부서진

것들을 실어와 방에 부려놓고

다시 그 틈에 누웠다

커튼과 벽지, 천장에도 시취가 스며들어

이웃이 문을 두드렸다

옷이 썩었다 부패한 몸이 녹아서

구더기가 득시글거린다 백골화가 진행중이다

부고를 품고 잠든 그의

장판을 뜯어내고 바닥을 긁어낸다

시멘트에 눌러붙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그의 밑을 닦으며 부언(附言)을 전한다

 

 

 

 

 

 

[동상] 새는 자신의 무게를 감당할 날개를 가졌다 / 하재분

 

 

새의 날개는 울창한 숲이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숲을 이룬 거목들의 그늘에서 잃어버린 깃털을 찾는것처럼

묘연함에 대하여 꿈틀거리고

날개는 이름없는 풀들로 돋아난다

 

새는 자신의 무게를 감당할 날개를 가졌다

꿈의 조각을 맞추면서 남은 한 조각을 찾기 위해

무성한 넝쿨 속을 기웃 거린다

 

힘을 잃은 새는 잠시 추락한다

발자국의 끝을 보며

숲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폐에 금이 가도록 새벽공기를 들이 마신다

나의 숨은 새의 부리가 되어 거목들을 자르고 있다

나무의 숨 소리가 새의 부리를 지나는 동안

나는 아이를 생각한다

 

 

 

 

 

 

[동상] 오십견 / 강경식

 

날개가 돋으려는지 어깨가 아프다

걸어도 날듯이 훨훨 뛰던 몸이

반나절 좀 넘은 나이 탓인지,

가족들 내려놓고

잠시 숨 고르고 쉬었다 남은 길 편히 가라는 듯

저녁마다 파스냄새 자욱하다

 

아버지는 허리 시위를 잔뜩 당기셨다

하루하루 온힘으로 둥굴어 지신다

날개를 달아 우화하는 아들을

팽팽한 활시위에 올리시고

지난 세월을 향해 쏘려하신다

 

출근하는 쉰 넘은 아들 약을 챙기신다

제가 곧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힘겨운 시위를 놓으세요, 아버지...,

그리고, 자꾸 형님이라 부르시면

막걸리 따라 드리는 제 손이 울어요

동사무소 등본 떼볼 필요도 없이

저절로 알아서 오십견이 오네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사람이 가면 추억이 온다잖아요

이제

날개위로 아버지만을 업고

아버지를 위해 날아볼게요

곧 날개가 피려는지 요즘은

약 효력도 없어요, 아버지

 

면회도 안 되는 중환자실에 누워

몸의 고통까지 놓으시려는 아버지

내가 나왔던 소변 줄 끝으로

남은 여생이 힘겹게 떨어진다

 

 

 

 

 

[특선] 접붙이기 / 고경수

 

[특선] 유령글씨 / 고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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