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상] 함소입지 / 정두영
젖 불기 기다리던 포대기 속 울음이
기다 걷다 발서슴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젖은 달 마르도록 손금 다 닳리도록
다랑논 어느새도
장돌림 어지간도
어쩌다 사기막도
어차피 갖바치도
다시금 애옥살림 누게막에 돌아오지 않았다
거시기고 아무개라 사초마저 뭇풀인데
죽기야 하겠나
주기밖에 더 하겠나
한목숨 시위에 걸고 왜바람 가로질러
다시 보는
다시 봄에
김치 치즈 스마일
웃음보 터트리는 걸음나비 포인트로
돌아온
봄의 씨앗 무명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수상] 뼈들이 전하는 말 / 박복영
허허벌판 꽃 무덤아래
알 수 없는 뼈들이 엉켜 있다
돌멩이를 파헤쳐 열수록
지층이 물고 있는 뼈 조각들
이름 없는 목숨들이 층층으로 덮여 있었다
누군가는 동물 뼈라 했고
어떤 이는 나뭇가지라고도 했다
손가락뼈들은 주먹을 쥔 듯 말려 있었고
머리뼈는 앞을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붓으로 꺾인 무릎 뼈에 쇠구슬이 박혀 있었다
어느 연대의 시간을 관통했을
쇠구슬은 녹슬어 삵아 붉었다
빗소리와 눈보라를 삼키며 연명했을 뼈들
침묵으로 견뎌온
슬픔의 역사를 물고 있다
열면 열수록 뼈들의 전언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개미떼가 의병 같았다
한 방향으로 돌진했을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너진 뼈 조각이 물고 있는 함성이
단번에 흘러나오듯
드러나는 무릎 뼈에 박혔을 총성
부를 이름조차 사라진 자리에
그날들이 발굴되는 동안
저쪽의 꽃 무덤이 흔들리며 또 붉어지고
겹겹이 묻힌 그 날의 항전은
뼈 조각으로 열리고 있었다
'국내 문학상 > 중봉조헌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5회 중봉 조헌문학상 / 박수봉, 임송자 (0) | 2021.06.07 |
---|---|
제14회 중봉조헌문학상 당선작 (0) | 2020.06.06 |
제13회 중봉 조헌문학상 당선작 (0) | 2019.06.05 |
제12회 중봉 조헌문학상 당선작 (0) | 2019.06.05 |
제11회 중봉 조헌문학상 당선작 (0) | 2019.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