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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 여태천
커피 물이 끓는 동안에 홈런은 나온다.
그는 왼발을 크게 내디디며 배트를 휘둘렀다.
좌익수 키를 훌쩍 넘어가는 마음.
제기랄, 뭐하자는 거야.
마음을 읽힌 자들이 이 말을 즐겨 쓴다고
이유 없이 생각한다.
살아남은 자의 고집 같은,
커피 물이 다시 끓는 동안의 시간.
식탁 위에 놓인 찻잔을 잠시 잊고 돌아오는 시간.
오후 2시 26분 37초,
몸이고 마음이고 새까맣다.
20년 넘게 믿어 온 기정사실.
내 오후의 어디쯤에는 불이 났고 구멍이 뚫렸던 것이다.
방금 전 먹었던 너그러운 마음을
다시 붙들어 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7초.
애가 타고 꿈은 그렇게 식는다.
오후 2시 26분 54초,
커피 물이 다시 끓지 않는 시간.
식탁 위로 찻잔을 찾으러 오는 시간.
커피는 아주 조금 식었고
향이 깊어지는
바로 그때
도무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
국자를 들고 우아하게 스윙을 한다.
㈜민음사와 계간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제2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여태천(37) 시인이 28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스윙' 외 49편.
동덕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여 시인은 2000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후 2006년 첫 시집 '국외자들'을 냈다.
심사위원들은 "여태천 시인은 말의 최소화로 여백을 창조하는 시, 의미의 증식이 아니라 의미의 붕괴를 통해 여백을 창조하는 시를 씀으로써 무기교의 기교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상금은 1천만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10일 오후 서울 강남출판문화센터 내 민음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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