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풍경에 기대다 / 송금례
나무가 제 몸에 색을 바르는 중이다
새소리 더해져서 풍경이 태어나는 불당 골에
마애불이 홀로 서서 기억을 지우고 있다
두려움을 모시겠다는 진언을 접하고 나서
말을 많이 한 죄로 사람의 입을 가둔 날부터
돌덩이 같은 질문이 몸이 되는 저 마애불
처음엔 가슴속 희망부터 버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생의 온기
그 곳에 다다르기 위해 이목구비 다 지우고
가끔씩 바람에 어깨를 쓸어내린다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는 계절은 혼자 돌고
당신이 버린 입술만 새가 되어 날아간다
입 없는 사람들의 몸 안에서 들끓는 소리를
하늘이 오독하는 사이
나무가 손을 터는 비탈길에서
노랑망태버섯이 성긴 마스크를 쓰고 시간을 염한다
몸에서 태어났지만 허공이 집인 슬픔
그 걸음이 잔잔하지만 발자국은 무겁다
발자국 찍힌 가슴을 열면 눈물이 돋아나고 있다
꿈처럼 멀어 지루해지는 지상의 시간
돌로 살기 위해 부처의 허물을 버리는 마애불
그 풍경에 기대면 눈물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뒤돌아 바라본 마을엔 얼굴 아닌 얼굴들이 떠다닌다
아, 도처에 마애불이다
원시로부터 초대가 시작되었다
[최우수상] 바지랑대 / 박봉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긴 시선 팽팽한 빨랫줄의 현은 고용했네
칼날처럼
아슬아슬한 벼랑 사이로
거죽 같은 생, 무게 얹히고 탱탱 당겨진 올 울음, 죄다 당기던 외줄의 길
구불구불 길을 헤치며 곧추선 아버지,골다공증으로 숱한 역경과 좌절을 무릅쓰고 구멍구멍 벅찬 날숨과 들숨으로 부풀어 올랐다, 절벽인가 둥지인가 변신하는 공중의 깃발로 홀로 가지가 되고 횃대가 되어 수평을 켰을 때 펄럭이며 솟구친다 헛발을 물리치고 질긴 관절, 꽉 다잡은 약력은 삐걱대는 목숨 줄이었지만 기울지 않는 홰를 껴안고 머무를, 저리 단단한 우듬지가 되었을까
등 굽은 능선을 곧추세워
둥글어진 윤슬 투명하게 툭툭 현 소리로 울부집네
젖어 그늘진 세월
다 말리는, 반추의 한낮
질긴 숨줄은 기울어진 어깨너머
수평의 대를 쳐 받쳤네,쭉 펼 자리 뻗어 고단한 주름 물고 가며
저 땡볕에 시퍼런 힘줄에 노출되는
관절 마디마디 살타는 공명만 울릴 뿐 허술한 틈새를 가르고
한 치의 어긋나지 않았던 궤도
쨍쟁, 고스란히 굳어가는
비스듬한 혈기 한나절 찌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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