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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은 그라나다에 산다 / 오늘

 

 

지중해의 검은 돛을 펄럭이는 순백의 애인들 붉은 달이 녹은 바다는 위태로워서 건널 수 없고 괴여*, 네가 돌아오지 않음으로 기다림은 완성된다 알바이신 지구의 파고가 높은 날에는 이슬람틱한 휘파람이 떠밀려왔고 그런 밤이면 돌계단이 목에 감기는 악몽을 꾸느라 하루를 잊었다 돛을 품은 채 너를 기다린 적도 있다 그루밍 되는 슬픔 속으로 뒤늦은 네가 뛰어들길 바랐기 때문이다 밤의 기척을 뒤적거리면 한 움큼의 웃음 너를 타락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증오하게 하는 것은 쉽다 돌아오지 않는 증오는 타락을 완성시키는 꿈이어서 이 광기는 한때의 우리에게서 온 것 어떻게 할 거야 너는 지겹도록 묻지만 지금은 혼돈을 지킬 차례 괴ㆀㅕ**, 돌아오지 않을까 봐 무서워지는 고백 어쩌면 검은 웃음 축축한 우리라는 균형

 

다시, 이별을 말하는 내게 서럽게 울다가 고개 들어 너는 말한다

지금 당신의 표정과 이 시간을 본 적이 있어

 

이별이 처음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내 애인이 살고 있는 그라나다에도 우기가 끝나간다

 

* 괴여: 내가 사랑한다.

** 괴ㆀㅕ: 내가 사랑을 받는다.

 

 

 

 

나비야, 나야

 

nefing.com

 

 

 

오늘 시인이 제10회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내 애인은 그라나다에 산다이며 상금 300만원.

 

시산맥작품상은 지난 한 해 계간 시산맥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오늘 시인의 작품은 9편의 후보작 중 선정됐다. 심사는 오현정 시인과 정윤천 시인, 안차애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늘 시인 작품에 대해 지금 여기와 그라나다 사이의 불화,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의 불화, 슬픔과 광기 사이의 불화를 소리와 색채, 외래어와 고어(古語), 입말과 관념어 등을 넘나들며 매끄럽게 직조해 신비로운 시편을 완성했다고 평했다.

 

오늘 시인은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06년 계간 서시로 등단했다.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아 시집 나비야, 나야를 출간했다.

 

한편 시산맥작품상 기 수상자로는 김종미·김점용·신현락·차주일·문성해·최정란·이재연·김정진 시인 등이 있다.

 

이번 시상식은 오는 516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202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선혜경 시인에게 시산맥 등단패 수여식 및 2020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자 한상신 시인에 대한 시상식도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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