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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해름 / 홍성남


뻘밭 속으로 황홀이 숨어든다 찰진 갯벌에서 잡조름한 심장 하나씩 품고 저녁에 가솔들이 꿈들대기 시작한다


노리개처럼 짱둥어가 재롱을 부리고 구름발치에 알섬이 대부를 자처한다 헛구역질, 신트림을 속으로 삭이고 입덧을 재우려고 겟물까지 삼킨다


바람조차 모르게 비약한 소문을 걸어 잠그고 침묵 속에서 한기를 다스린다 올망졸망한 씨알들이 개흙 품에서 가능성을 늘린다


보름달이 꽉 차오르자 만삭의 끝이 다가온다 부서지는 은빛 모래톱 사이로 진통이 시작되고 젖은 땅에서 터져 나오는 통증을 스스로 앙다문다


훗배 앓던 아낙이 펑퍼짐한 엉덩이를 끌고 갯벌에 주저 앉아 굵은 저녁을 캔다 바지락 속으로 새끼를 쏟아낸 먼 기억들이 딸려 나온다


모든 것이 묵직하다 그런데도 집중은 멈추지 않는다 내밀하게 생의 표피를 밀착하여 산란하는 조가비의 몸짓과 흡사하다


때가 잰걸음으로 밀려온다 진창을 뒤집어쓰고도 일어설 줄 모르던 여자, 이젠 기필코 일어서야 한다


회기의 시간, 여자만*이 여자를 위로한다 여자들이 모두 돌아가면 사곡리 바닷가엔 밤새도록 소곤소곤 갯벌의 서사가 풀어지겠다


* 여수시에 있는 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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