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상] 바닷가 시인학교 / 최일걸


출항을 서두르는 분주함으로

옹기종기 모인 시 창작 수강생들이

어군탐지기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저 깊은 바다 속 비릿한 시어를 쫓을 때

바다는 거대한 괄호로 열린다

기마부대의 말발굽처럼 밀려드는

저 거센 파도를 

단 한 줄로 요약한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다만 심중에 자맥질하여

절망의 깊이를 가늠할 따름이다

모음과 자음과 짜 늘이는 그물에

코를 꿰는 시간은 

다급하게 지느러미를 터는데

얼마나 더 애태워야

시의 행간에 목숨을 걸 수 있단 말인가

패배를 인정하는 쓰디쓴 눈물만이

시를 불러들일 수 있단 말인가

와락 달려드는 파도의 자락에

나침반처럼 떨리는 펜으로 휘갈겨 쓰면

팽팽하게 당겨진 수평선이

빠르게 밑줄을 긋는다






'국내 문학상 > 바다문학상(해운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0회 바다문학상 당선작  (0) 2020.03.30
9  (0) 2020.03.30
제7회 바다문학상 당선작  (0) 2020.03.30
6  (0) 2020.03.30
5  (0) 2020.03.30

+ Recent posts